친구에게 보내는 데이터로 쓴 엽서
데이터로 쓴 엽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엽서 전체에 숫자가 가득한 모습이 상상되나요? 서로의 일상과 안부를 전하는 '엽서'와 '데이터'는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해외 시각화 프로젝트 Dear Data의 이야기로 알아보겠습니다.
데이터로 우정 쌓기, 나의 일상을 데이터로 너에게
Dear Data는 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던 2명의 디자이너 Giorgia Lupi와 Stefanie Posavec가 진행한 시각화 프로젝트입니다. 이 둘은 각각 뉴욕(미국)과 런던(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우정을 쌓기 위한 방법으로서 각자의 일상을 데이터 시각화로 표현한 엽서를 주고받았습니다.
매주 월요일 하나의 주제를 결정, 한 주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합니다. 주제는 한 주간 만난 사람, 부러움을 느꼈던 시간, 주변에서 들었던 소리, 핸드폰으로 하는 일, 내가 원하는 일 등 다양합니다. 특히 이들이 선정하고 시각화한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 주제를 데이터 시각화로 풀어낼(혹은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확보를 전제로 하는 시각화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상을 데이터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프로젝트가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Dear Data 프로젝트 결과물인 엽서는 어떤 모습일까요? 엽서의 앞장은 시각화 결과가 그려져 있고, 뒷장에는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범례 정보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는지 글로 서술하지 않고, 시각화 결과물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제공합니다. 또한 시각화 형태가 일반적인 시각화 유형 - 막대, 파이, 라인 등-과는 다른 점이 특징입니다. 각 주제별로 데이터를 표현하는 개별적인 규칙을 만들어 제작한 시각화 결과물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일반적인 시각화 유형과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시각화 아웃풋을 해석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그 규칙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되어줍니다. Giorgia Lupi와 Stefanie Posavec은 52주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나, 꾸준히 진행하면서 자기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생활 패턴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데이터로 이야기하기, 한 주간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1. 한 주간 이용한 문(door)에 대하여
Giorgia Lupi는 한 주간 어떤 장소에서 열었던 혹은 통과했던 문이었는지(컬러), 문은 어떤 모양이었는지(네모 상자 안의 모양), 문을 열 때 느꼈던 감정(네모 상자 위 표시)은 어떠하였는지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 및 시각화했습니다. 반면 Stefanie Posavec은 장소별 컬러를 다르게 하고, 각 장소 안에 있는 문의 종류에 따라 성의 모양을 달리해 시각화했습니다.
2. 한 주간 입은 옷에 대하여
Giorgia Lupi는 월요일부터 일요일을 7개 그룹(좌-우 순)으로 나누고 각 요일별로 입은 옷의 종류와 색깔, 갈아입은 시점과 시간을 시각화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요일별 그룹에 개별적으로 그려진 라인 중 우측의 3-4개 정도의 라인은 짧게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주로 스카프, 재킷, 베레모를 나타냅니다. 다른 옷에 비해 하루 중 여러 차례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는 생활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Stefanie Posavec 역시 엽서의 좌-우 순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입은 옷을 시각화하였습니다. 진한 검은색 라인이 요일을 구분합니다. 각 요일별 라인의 개수를 살펴보면 토요일에 가장 많이 옷을 갈아입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라인은 엽서의 상단부터 하단의 방향이 곧 머리부터 발끝으로 이어지는 몸 자체를 표현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상단에 칠해진 검은색 라인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 가장 하단에 칠해진 초록색 계열은 슬리퍼 혹은 운동화를 의미합니다.
3. 한 주간 사람들에게 한 사과(sorry)에 대하여
Giorgia Lupi는 한 주간 자신이 타인에게 한 사과(좌측 영역)와 타인이 자신에게 한 사과(우측 영역)를 나누었고, 위-아래 순으로 누구에게 한 혹은 받은 사과인지를 각각의 가지(라인)로 시각화하였습니다. 콤마(,)와 유사한 형태의 도형의 종류는 어떤 단어로 사과했는지를 의미하며, 도형에 칠해진 색깔은 '무엇'을 사과했는지를 나타냅니다. 가장 위의 선의 영역에 가장 많은 도형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남자 친구에게 한 사과를 나타냅니다. Stefanie Posavec은 나뭇잎과 같은 형태로 시각화하였는데, 기둥이 되는 줄기의 색은 사과의 유형(행동, 실수, 농담 등) 했는지를 나타내고, 줄기에 달린 나뭇잎의 수는 사과를 한 횟수를 나타냅니다. 또한 잎의 색깔은 사과를 한 이유를 나타내는데, 잎의 중간에 진하게 칠해진 검은색 라인은 불필요하게 사과를 한 경우를 보여줍니다.
3가지 사례로 살펴본 Dear Data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면 동일한 주제일지라도 각자 다른 규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수집 기획의 기발함과 실제 수집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어떻게 매번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문을 이용할 때마다, 사과를 할 때 혹은 들을 때마다 이를 다 기록으로 남겨둘 수 있었을까요? 깜박한 적은 없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상황에 느꼈던 감정 등 추상적 개념을 데이터화 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데이터 시각화로 풀어낸 우리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고
이 흥미로운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2015년 the Knatar Information Is Beautiful Awards의 프로젝트 부분 우승작으로 선정되었으며, 2016년 Innovation By Design Award 2016의 그래픽& 데이터 시각화 부분의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의 지역에서 전시회가 진행되었고,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도 가끔... 심심할 때 책으로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곤 한답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였는데, Drawing your data 구글 그룹스에는 함께 프로젝트를 할 친구를 찾는 글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하여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할 친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관련 동영상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당사자 둘의 목소리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데이터 시각화'
지금까지 개인의 일상을 데이터로 시각화하고 이를 엽서로 전하는 프로젝트 'Dear Data'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나의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 '데이터 시각화'가 가진 매력이 돋보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일상생활 이야기를 데이터 관점에서 풀어낸 점에서는 얼마 전 포스팅으로 후기를 공유했던 '개인 시간 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 워크숍'과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나의 어떤 일상을 데이터로 시각화해볼 수 있을까요? 언젠가 한 번은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기대를 가져보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 이 글의 원문 출처는 뉴스젤리 블로그 '[데이터 시각화] 친구에게 보내는 데이터로 쓴 엽서, 해외 시각화 프로젝트 Dear Dat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