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술러

오늘도 혼술러

혼자서 칵테일바를 다니게 된 계기

by 디나



혼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



술이라는 주제를 꺼내기에 누군가에겐 긍정적인 단어로 다가갈 수 있을 수도, 어쩌면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은 단어일 수도 있을 양면적인 주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제는, 절대 뗄레야 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어버렸다. 1년 365일을 술에 찌들어 사는 알코올 냄새 풀풀 풍기는 이야기보단, 한 잔의 술에 하나의 이야기가 가득 담아져 술술 흘러들어 갈 수 있는 어쩌면 그 추억들에 취해보고 싶어서 꺼내보고자 한다.





내게 있어서 첫 술은 대학교 첫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들과 나눠마셨던 과자가 동동 띄워진 의리주였다. 쓸데없이 의리만 똘똘 뭉친 그 당시 나는 '술은 정신력이다'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꾹꾹 정신력을 붙잡고 끝까지 오기로 남아있었고, 자리가 마친 후에나 게워냈던 그 씁쓸한 맥주의 맛을 맛본 이후로 한동안 맥주에 손을 대지도 못했었다. 그 후엔 맥주 대신 뒤끝이 그나마 깔끔했던 소주로 항상 달렸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마셨었지, 술이 좋아서 술을 찾지는 않았었다.




어떤 칵테일 추천해드릴까요?

'세고 달고 맛있는'



그 후, 대학교 졸업 후 부산에서 스쳐 지나가던 인연의 권유로 첫 칵테일바에 방문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칵테일'은 그저 달달한 '음료술'일 뿐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주의라 그저 예쁜 색상으로 눈요깃거리였던 칵테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예쁜 칵테일을 한시라도 빨리 원샷 때리고 그저 2차로 소주를 먹으러 가고 싶은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는데도 딱히 맘에 이끌리는 칵테일을 못 고르고 있던 차, 보다 못해 바텐더분께서 친절하게 취향을 물어봐주셨고, 나는 정말 솔직하게 '세고 달고 맛있는'이라는 단어 세 가지를 나열해드렸다. 그렇게 아무 기대도 없던 그날 난, 인생 칵테일을 만나게 되었다.


'파우스트'였다. 새빨갛게 타오를 듯하게 생긴 첫인상이었던 그 칵테일은, 살짝 입을 축일 정도로 들이마시고 나면 독한 알코올의 도수가 자연스럽게 목을 태우듯이 부드럽게 넘어가 그 후엔 온통 입안에 그 향으로 가득 채워줘 풍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저 깊은 속에서부터 숨을 내뱉고 나면, 기분 좋은 알코올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취하려고 마시던 늘어가던 병의 수가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지 그 한잔만으로도 상응하는 취기를 만날 수 있었고 마냥 달지도 않고 마냥 세지도 않는 그 조화로운 칵테일이 지금까지도 나에겐 인생의 칵테일이 되어버렸다.




들어갈까 말까

혼자라도 괜찮을까



아직도 나는 혼자 바를 다닌다. 처음부터 바를 혼자 다니게 된 건 아니었다. 바를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과 영영 헤어진 날,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이라는 타지에서 나를 위로해줄 친구도, 내 옆에 있어줄 가족도 그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혼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던 날. 혼자 집에 있기엔 마음이 턱하니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아 한잔을 기울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스치듯 혼자 바에 와서 즐기던 손님들을 종종 봤던 기억을 용기 삼아 광안리 바로 향했다. 분명 마음먹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도착하고 나니 혼자라는 위축감에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해 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망설인 지 어느덧 5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닥까지 쳤던 마지막 용기를 한 줌 끌어모아 미친 척 바 안으로 들어갔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는 달리 다른 손님과 다를 것 없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바텐더의 친절함에 잠깐의 긴장감을 내려놓기도 잠시


"일행분은 나중에 오시나요?"

라는 말에 역시나 혼자 바에 온다는 건 무리였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떨떠름하게 혼자 왔다고 말씀을 드렸고, 여자 혼자 왔다는 말에 당황하신 표정도 잠시 혼자라면 더 좋다는 말씀으로 내 첫 혼술을 열어주셨다.





생각보다 혼술은 혼자인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누군가와 술 한잔 기울이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인 내가 혼자 바를 가게 되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 내 속마음을 나를 잘 알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더라.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저 그런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는 두려움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어쩌면 내일이면 다시 못 볼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에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겐 용기를 갖게 되서가 아닐까.




그렇게 혼술러가

되어가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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