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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un 01. 2023

새벽 여섯 시 걸어보았습니다

엄마와 작은 브랜드의 사장을 잘 대표하기 위해.

오늘 새벽, 엄마이자 작은 브랜드의 사장을 잘 대표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아침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아침에 너를 위한 시간을 써. ” 누가 들으면 나의 남편 참 멋있다 하겠지만, 나는 그 안에 미심쩍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심 고마움도 더하며.


우리 집 어린이는 예민하여서 아침에 자면서도 문득하는 발길질에 엄마가 옆에 없어도 울면서 깨어나는 애가 우리 집 애다.

자기 기분에 맞지 않으면 자꾸 수 틀리는 다섯 살이다. (나는 미운 네 살 보다 다섯 살이 더 얄밉다고 선언한다)


“ 0 0 이가 깨서 나 찾고 난리 날 텐데, 어린이 집 안 간다고 울고 불고 할 텐데, 요새 어린이집 안 간다고 맨날 난리인데. “ 나는 어느샌가 아이 감정에 동요해주다 못해 휩쓸리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 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우선 나가 봐.”

전날, 우리의 삶의 패턴에 대해 남편과 여러 이야기를 하며 또 지금의 내 난장이 되버린 기분과 기운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달려와서 번아웃도 온 것 같고 생각보다 아웃풋이 안 나오기도 하고 어떤 프로세스로 인력을 배치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고, 다달이 벌기는 벌어야 하고, 그런데 우리 집 애는 극 민감 보이라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말하다 보니 오랜만에 눈물도 나왔는데 남편과 시킨 명란 돈가스를 한 입 먹고 또르르 흘리다가 또 한 입 먹고 훌쩍였다. 남편과 서로 질책을 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음식을 밥그릇에 올려주는 10년 차가 되었다. 내가 힘들다 하면서도 묵묵한 남편이 안쓰러워서도 눈물이 나왔다.


여하튼 그래서 제일 먼저  나온 묘책이었다.


사실 몇 개월 전에도 새벽 기상을 하고 있었는데 홈요가를 하고 말씀을 듣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길게 아프고 가정보육을 하고 나도 다시 딥프레스 되는 바람에 흐지부지 되었다.


‘이제부터 오전에 무조건 밖으로 분리되어보는 거야! 기분을 달리하기 위해 환경을 바꿔보자.!‘



야경증이 있는 우리 집 예민 꼬마 사람이 새벽 4시 30분에 오늘의 기상 알람이 되어주었다.

* 야경증이란, 어린이들이 잘 때 불현듯 깨서 우는 것을 말합니다. 꿈을 꾸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여요.


다시 토닥토닥해서 재우다 보니 비몽사몽 해진 나는, 꿈에서 두 번이나 요가복을 갈아입었다. 일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꿈에서 말이다. 그리고 진짜 눈을 뜬 다섯 시 오십 분 , 양치와 옷만 서둘러 입고 여섯 시에 문을 나섰다. (꿈에서 2번, 실제로 포함하여 세 번 만에 운동복을 입고 문을 나섰다.)


경기도 밑으로 밑으로 이사 온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아침이 여기 있다. 초록보다 연두에 가까운 아름다움이다.


뛰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혈압이 낮은 편이라 그런가, 나는 아침에 늘 기력이 없기 때문에 뭐 하려 하기 싫게 운동하나 싶은 마음에 그냥 걸었다.


하체뚱실이인 내가 오늘은 급한 마음에 붙는 레깅스를 입고 나왔는데 슬슬 더워지는 바람에 하체를 가려주는 길고 얇은 아우터를 벗었다.

‘아 모르겠다. 남들이 내가 하체 뚱뚱이든 뭐든 알 게 뭐야.‘ 한 시간에 산책에서도 내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몇 개의 포인트들을 감지했다.


나는 누군가의 운동복이 궁금하고,

내 운동복 핏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 죄송스럽고

(날씬하지 못한 채로 제가 감히 이렇게 입다니요ㅎㅎ

아침 호수 산책을 누리면서 ‘서울에 살지 못해도 동네의 중심가에 살아서 만족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봤다.(마지막은 나 스스로도 생각이 탄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나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그렇게 호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걷는데 30분,

두 번째 한 바퀴는 조금 더 빠르게 걸었다.

7시에 오픈하는 스타벅스에 얼른 가서 새로운 시간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저절로 경보로 걷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직원분들이 들으면 싫을 생각을 했다.

‘여섯 시 반에 오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새는 중 고등학생들도 아침에 스벅을 들리는 놀라운 광경도 목격했다.

커다란 구루프를 앞머리에 말고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여자들을 보고 대단하다!라는 생각은 여전히 들었다. 횡단보도 앞에 몇 명이 대기하다가 한 번에 건너는지를 나도 모르게 세었다. 중 고등학생들의 힘이 없어 귀여운 인사들을 구경했다. 서울로 출근하는 버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려 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알기가 어려웠다.


이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여유인가 싶었다. 쓸모없는 생각과 비효율적인 사람 관찰하기 만세다 만세.



오늘은 독서 20분과 하루 업무의 큰 맥락 정리하기를 10분을 더 하고 8시 30분에 집으로 다시 출근해 보겠다. 전쟁 같은 등원 준비가 오늘 평화롭기를 바라보면서.


제2의 출근은 사무실로. 아이 하원 이후 같이 놀기로 제3의 육아 출근은 킥보드와 함께 놀이터로 가보겠다. 하루에 3번 출근하는 내 하루 만만세. (사실 이건 억지로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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