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의 아기 공룡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여러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습니다. 그중에는 공룡이 모티브가 된 캐릭터도 있었죠. 아마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만한 공룡인 아기공룡 둘리입니다. 저도 어릴 때 이 공룡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를 자주 봤었죠. 지금도 최소한 90년대생이라면 다 알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최근에 이 둘리의 이름을 따온 공룡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전남대학교의 연구실 한국 공룡연구센터 연구진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의 줄리아 클라크 교수님의 공동연구로 학계에 보고된 이 공룡은 둘리사우루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비록 발견된 부위가 많지는 않으나, 여러 재미있는 특징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독특한 공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기공룡 캐릭터 둘리. 출처- https://www.doolymuseum.or.kr/html/sub01/sub01_0104.php
(1). 아기공룡 둘리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은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알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소개하였 일성산층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죠 (보러가기1, 2).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은 2023년에 이 지층에서 실시된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속의 연구진들의 발굴 작업을 통해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공룡의 화석이 발견된 일성산층은 약 1억 1300만~97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즉, 둘리사우루스는 둘리 애니메이션 노래에서 나온 것처럼 1억 년 전 그리운 그 날에 살았던 것입니다.
둘리사우루스의 화석. 출처- Jung et al (2026).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은 비록 전신이 모두 발견된 것은 아니나 머리뼈를 비롯한 여러 부위가 발견되었습니다. 기존에도 우리나라에서 공룡의 뼈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여러 번 있었으나, 머리뼈가 발견된 것은 둘리사우루스가 처음이었습니다. 머리뼈 이외에도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은 척추뼈와 갈비뼈 일부, 위팔뼈와 견갑오훼골 일부, 그리고 왼쪽 대퇴골 일부와 정강이뼈(경골), 종아리뼈(비골), 발뼈 일부가 발견되었죠. 비록 일부만 발견되었으나 이 공룡의 발견된 부위를 분석해 볼 때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라는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 공룡에게 아기 공룡 캐릭터인 둘리의 이름을 따와서 둘리사우루스, 그리고 전남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현재 국가유산청의 청장으로 재직 중이신 허민 유산청장님의 성함에서 가져온 종명 허미니라는 이름을 붙여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을 연구한 연구진은 이 공룡의 대퇴골을 잘라서 뼈의 조직을 관찰하였습니다. 이 공룡이 다 자란 공룡인지 아니면 어린 공룡인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있기 때문이죠. 나무가 자라면서 내부에 나이테가 쌓이는 것처럼 공룡도 성장을 하면서 다리뼈에 성장선이 쌓이게 됩니다. 대퇴골을 잘라서 뼈조직 단면을 관찰하면 이 성장선의 패턴을 볼수 있. 성장선의 패턴을 통해서 공룡이 빠르게 성장을하는 단계 (어린 단계)인지 아니면 천천히 자라는 단계(다 자란 성체 단계)인지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관찰한 결과 이 공룡은 매우 어린 공룡이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둘리사우루스의 대퇴골 조직. 출처- Jung et al (2026).
대퇴골 뼈조직에서의 모습 이외에도 둘리사우루스의 다른 뼈화석은 이 공룡이 어린 공룡이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둘리사우루스의 척추뼈는 신경궁, 그러니까 등뼈에서 아치 형태로 높게 솟아오른 (중추신경이 아치 형태 밑의 빈 공간을 지나갑니다.)뼈와 단단히 융합되어 있지 않은 형태도 발견되었습니다. 본래 어린 척추동물들은 뼈가 단단히 융합되지 않았다가 성장하면서 융합됩니다. 그런데 융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린 공룡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둘리사우루스의 대퇴골은 앞으로 강하게 휘어져 있었는데, 이 역시 둘리사우루스가 속한 분류군인 테스켈로사우루스과의 어린 개체에서 보인 특징이라고 합니다. 어릴 땐 강하게 휘어져있다가 성장하면서 휘어진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죠. 여러가지 증거로 볼때 둘리사우루스는 둘리처럼 어린 공룡인 것입니다.
(2). 둘리사우루스의 위석
머리뼈가 발견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은 매우 독특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공룡의 화석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화석 중에서는 처음으로 위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위석이란 주로 초식동물이 먹이를 먹고 난 후에 삼킨 먹이의 소화를 돕기 위해서 삼킨 돌입니다. 삼킨 돌이 위속에서 마구 부딪히면서 먹이인 식물을 마구 갈아서 소화를 돕는 것이죠. 공룡도 위석을 삼킨 사례는 여럿 있었는데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 중에서는 처음 그 존재가 발견된 것이죠.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에서 보이는 위석. 출처- Jung et al (2026).
둘리사우루스의 위석은 대략 4~50개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돌의 위치는 척추뼈와 대퇴골 사이, 그러니까 복부가 위치한 부분에 있었고 표면이 매우 매끄러웠습니다. 이것은 공룡이 삼킨 돌이라는 근거입니다. 삼킨 돌이 뱃속에서 마구 부딪히면서 표면이 닳아서 매끄러워진 것이죠. 지름 2~10밀리미터의 이 돌들은 전체 무게가 대략 30.7그램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둘리사우루스는 테스켈로사우루스과(Thescelosauridae)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에 속한 공룡에는 북미에서 발견된 공룡인 테스켈로사우루스와 중국에서 발견된 창미아니아(Changmiania), 몽골에서 발견된 하야(Haya)등이 있습니다. 또한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발견된 코레아노사우루스도 있지요. 재미있게도 중국, 몽골에서 발견된 창미아니아와 하야에서도 위석의 존재가 발견된 적 있으나 테스켈로사우루스나 북미에서 발견된 다른 친척공룡에서는 위석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둘리사우루스를 연구한 연구진은 둘리사우루스의 위석을 통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 공룡의 몸무게는 대략 8.3킬로그램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공룡이 삼킨 위석은 무게가 30.7그램 정도인데 이는 비율로 치면 대략 0.37%입니다. 이 비율은 재미있게도 오늘날 위석을 삼키는 새들의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위석을 삼켰다는 것은 이들이 먹이를 이빨로만 분쇄하기 충분할 만큼 턱힘이 강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위석의 형태가 한 가지 유형이 아니라 여러 유형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서 연구진은 이 공룡이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었으리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둘리사우루스의 모습 복원도. 출처-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6/03/19/MMUBYJH3ENCYPEPOTEY6CR27E4/
(3). 나는 아시아에 있지만 가까운 친척은 북미에!
앞서 소개하였듯 둘리사우루스는 테스켈로사우루스과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테스켈로사우루스과는 아시아에서 진화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분류군에 속한 원시적인 공룡들이 전부 아시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앞서 잠깐 이야기하였던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 창미아니아, 제홀로사우루스, 장춘사우루스등이 그 예시입니다.
둘리사우루스는 한반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이 공룡이 살아있을 당시엔 한반도가 없었지만요.).이는 이 공룡이 아시아에서 살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분석을 해보니 재미있게도 둘리사우루스는 아시아에 살았던 친척이 아니라 북미에 살았던 친척과 더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북미에서 살았던 파르크소사우루스(Parksosaurus)와 테스켈로사우루스(Thescelosaurus)가 아시아에서 살았던 창미아니아나 코레아노사우루스보다 둘리사우루스와 더 가까운 친척인 것이죠. 즉, 둘리사우루스와 가까운 친척은 먼 북미에서 살았다는 것입니다.
북미에서 살았던 둘리사우루스의 친척 포나. 비록 둘리사우루스와는 먼 거리에서 살았으나 이 둘은 매우 가까운 친척관계였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ona
둘리사우루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코레아노사우루스라고 하는 테스켈로사우루스과에 속한 공룡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즉, 이 공룡들이 오늘날 한반도 지역에 살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으나 테스켈로사우루스과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화석은 발견된 적이 없었습니다. 둘리사우루스의 화석을 연구하면서 연구진은 동시에 '왜 우리나라에서는 공룡의 발자국 화석은 많이 발견되었는데 정작 뼈 화석이 두 번이나 발견된 사례가 있는 테스켈로사우루스과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은 발견된 사례가 없을까?'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먼저 이 공룡들의 생활 터전이 발자국이 남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 공룡들은 주로 메마른 땅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메마른 땅에서 굴을 파면서 살았던 것으로 보이죠. 그런데 이런 환경은 발자국이 남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발자국은 항상 젖어있는 땅에서 남기 쉬운데 (메마른 모래사장과 바닷가 근처 갯벌 중에 어디가 발자국이 더 잘 남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겁니다.) 이 공룡들은 그런 곳보다는 메마른 곳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였기에 발자국이 잘 남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 다른 가설로 이 공룡의 발자국이 사실은 육식공룡의 발자국으로 잘못 해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압해도의 일성산층은 기존에도 거대한 둥지화석과 여러 알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둘리사우루스는 일성산층에서 처음으로 뼈화석의 존재가 확인된 사례입니다. 동시에 둘리사우루스는 15년만에 학계에 보고된 우리나라의 공룡입니다.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공룡에 대해서 어떤 연구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출처-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6/03/19/MMUBYJH3ENCYPEPOTEY6CR27E4/
(조선일보 Biz: 국민 캐릭터 '둘리' 닮은 공룡 발견… 한국서 15년 만의 신종 화석)
Jung J, Kim M, Jo H, Clarke JA (2026) A new dinosaur species from Korea and its implications for early-diverging neornithischian diversity. Fossil Record 29(1): 87-113. https://doi.org/10.3897/fr.29.178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