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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Feb 09. 2022

술꾼시골남자들

“어이, 주인장 여기 한잔 더 줘. 독한걸로다가. ”


“많이 취하셨습니다 손님, 오늘은 이쯤하고 가시죠.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


“지금 늦는게 뭐가 중요해, 나 같은 사람 누가 기다린다고, 서운한 소리말고 한잔만 더 줘. “


“쯧쯧, K씨 저 인간은 1년째 저런식이야, 이 날은 기분이 좋아서 술이 땡긴다하고, 저 날은 기분이 안 좋아서 술이 땡긴다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엔 심심해서 술이나 마신다고 나가지. 그렇게 허구헌 날 술만 찾으면 살림살이가 나아지냐 이 말이야, 대체 언제 정신차리고 농사를 다시 시작하려고 그러는지 원... "


“거 이해 좀 해주게. . K씨가 원래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던거 자네도 알잖나. 작년에 육류 바이러스인지 뭔지가 유행해서 어릴 때부터 자기가 키워온 가축들 어쩔 수 없이 살처분 하고 한 해 농사 날렸잖아. 누가 봐도 술이 땡길만한 상황이긴 해. "


“이봐, 자네처럼 공감해준다고 다 사람 돕는게 아니야.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이해해주면 K씨 저 인간 자기 슬픔에 취해서 더 술에 빠질걸? 아무리 힘들어도 술독에 빠져산다고 일이 해결되는건 아니지. 처자식도 있는 양반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구만."


“누군가에겐 일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회복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걸 수도 있는거 아닌가? “


“그래도 술은 답이 아니야. 일단 보는 사람입장에서 좋은 꼴도 아니라고”


“그렇게 불만이면 저기 있는 K씨한테 가서 직접 정신차리라고 얘기해보지 그래? “


“그것 만큼은 안돼, “


“K씨 스스로가 깨닫고 각성해야 된다는건가? “


“아니.. K씨 저 친구, 싸움잘하잖아. 싫은 소리하면 때릴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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