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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Feb 13. 2022

신장개업

재용이 학교에서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고 처음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4월의 어느 나른한 봄날이었다. 


"안녕, 재용아. 좋은 아침이다. "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 


"그래,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


"네. 선생님도 수고하세요. ~ " 


"아참, 이따 종례때도 얘기할건데, 다른반 1교시 수업가기전에 너한테 공지하나 할게있다. "


"네? 무슨 공지요?" 


"몇일전 이번 우리학교 상반기 급식비 인하 안내문 나눠준거 기억하지? "


"네. 이번주까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알림장에 부모님 서명받아오기로 했었죠. "


"녀석, 그렇~게 잘 기억하는데 왜 아직까지 제출안했어?! " 


"그러..게요 ㅋ"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야. 우리반에 너 포함해서 아직 제출안한 아이들이 꽤 있는데

내일까지 꼭 제출하라고 전해줘. "


"알겠습니다. "


"아직 선생님 말안끝났어, 부모님 사인받아오는거 교장선생님이 급하다고 재촉하는 중요한건이니까 내일까지 제출안해오면 큰 패널티가 있을거다. "


"어떤...패널티죠? "


"수행평가벌점에 다음달 방과후 복도청소 당번으로 지정될꺼야. 알겠지? 그러니까 다른애들에게 내용 미리 전달해줘. "


"아...예, 알겠습니다. !" 


재용은 학급내 다른 아이들과 뭔가 달랐다. 다른 아이들은 그저 귀찮아서, 혹은 노느라 바빠서, 깜빡해서 사인을 미처 안 받아오고 있던것이지만, 재용은 모종의 이유로 의도적으로 제출을 미루고 있었다. 


몇일전 7만원이나 값이 인하되었다는 파격적인 급식비 안내문을 받은 뒤부터. 재용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엄마와 G마트에 갔을때 스쳐가며 눈여겨본 게임기 하나가 아른거렸다. 자신보다 어른들 말을 잘 듣지않는 같은 반 철용이도, 자신보다 공부도 열심히 안하는 옆반 희석이도 다들 당연한듯 하나씩 갖고있는데 억울하게 재용 본인만 없는 그 최신게임기.


재용은 자신이 간간히 부모님께 받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는걸로는 몇년이 지나서도 살 수 없는 가격의 그 게임기를 어떻게 해서든 손안에 넣고싶었고, 몇일전 학교에서 급식비 인하 안내문을 받은 후에 고민끝에 아이디어 하나를 생각해낸다. 


그것은 자신의 알림장에 부모님사인을 위조해서 선생님께 제출하고, 부모님이 원래가격으로 급식비를 현금납부하면 차액인 7만원을 본인이 챙기는 것. 


"어디 한번 따라써볼까...." 


재용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곧장 자신의 친구를 불러 자신의 재능 테스트를 해본다. 


" 야, 이거 어떄? 어른 글씨체 같냐? 옆에꺼랑 같이 봐봐"


"뭐야 이거? "


"돈버는 연습이지, 캐묻지말고 한번 봐줘 "


"이걸.... 너가 쓴거라고?! 감쪽같은데?!! "


"그래? 좋았어!! "


"근데 이게 왜 돈버는 연습? "


"그런게 있어. "


"아무튼 보기엔 진짜 똑같네..."


여기까지도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재용은 원하는 게임기를 가지려면 괜찮은 아이디어로는 부족하다. 뭔가 괜찮은걸 넘어 위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재용은 위대하고도 위험한 아이디어 하나를 기획해내는데 성공한다.


시간은 흘러 목요일 4교시후 교실에 아이들만 남겨진 점심시간.


재용은 급식실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있는 같은 반 아이들을 자신의 반장 권한으로 멈춰세우더니 

무언가 결의한 진지한 표정으로 칠판에 "재용의 위조상점 OPEN "이라고 대문짝만한 글씨를 쓰고 자신의 첫 사업설명회를 시작한다 


"여기 돈 한번 벌고 싶은 애없어?!! "


"무슨소리야 그게? " 


"자~ 자~ 급식비 인하 안내문 아직 부모님 사인 안받은애들 내가 돈벌게 해줄게.  비율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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