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자체로 사랑받던 9살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
이제는 무언가를 해내고, 무언가를 증명해야 사랑받을 수 있어.
수능이 끝난 어느 겨울날
누구나 부러워할 좋은 대학합격 소식 대신에
누구나 갖고있을 1종 보통면허 합격 소식을 가족에게 전했어.
뭐든 간에 합격은 좋은거니까.
어른들에게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가족들은 기뻐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차 키를 던져주며 어디로든 가버리라고 하네.
나는 나를 옭아매는 것들에서 풀려난걸까? 아니면 버려진걸까?
언제부턴가 모든게 작아보이기 시작했어.
내가 살던 동네가 작아진건지, 내가 커진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트랜스포머들이 사는 사이버트론 행성이라면 나는 여전히 꼬마일텐데
지금 엑셀을 밟고있는 이 차가 범블비였다면 데려가달라고 부탁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