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의 한여름의 밤.
해가 진 연남동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입장시간까지
시간을 때우려고 공연장 주변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뭔가 이색적인 컨셉의 카페를 발견했다.
"waiting for santa" 라는 이름의 카페.
가게의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보니 지금이 12월인가??
착각을 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났다.
매장 스피커에서는 재즈로 편곡된 캐롤송이 흐르고 있었고
카운터 옆을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트리가 있었고
창가 근처에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의 알록달록한 조명들.
엔틱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 주변에는
선물상자 모양의 장식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마치 이 공간이 크리스마스 그 자체라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안그래도 특이한 컨셉의 카페인데 더 특이한 점은
매장 안에 사장으로 보이는 어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13살정도 먹은것 같은 남녀 어린애 두명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서오세요. "
"안녕 얘들아, 여기 점원이나 사장님은 지금 어디 계시니? "
"이곳엔 저희뿐이에요. 저희는 산타가 돌아올때까지 나이를 먹을 수가 없는 저주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산타를 기다리고 있죠. "
"산타라는건 존재하지 않아. 얘들아. 그리고 나이를 안먹는 사람도 없단다. "
"역시 안믿으시는군요. 하지만 저희는 진짜로 봤는걸요. "
"....그래, 미안하다. 너희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건 그렇고
이 카페, 너희들이 운영한다고 했지? 음료 주문할 수 있을까?"
"네, 그런데 지금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밖에 할 줄 몰라요. "
"그래... 그럼 그걸로 부탁할게. "
"뭐지... 뭔가 농담같기도하고 혼란스럽지만 컨셉은 확실하네"
라는 생각에 적당히 장단맞춰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
.
.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2021년 12월. 한겨울의 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나는 갑작스레 그 아이들의 농담같은 거짓말이 떠올라서
다시 한번 정말 오랜만에 연남동에 그 카페를 찾아갔다.
그리고, 거기서나는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첫째로, 그 카페가 코로나 시국에 아직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것이 놀라웠고
둘째로, 말도 안되겠지만 그 때 그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카운터에 서있었다는 것이었다.
"저기... 안녕, 얘들아.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니? "
"아, 6년전 그 때 그 아저씨네요. 안녕하세요.
"그래, 상황을 보아하니 산타는 아직 안왔나보구나, "
"네, 오늘도 저주를 풀긴 글렀어요. "
"그거 유감이구나. "
"어쩌면 아저씨가 했던 얘기가 맞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에 산타는 없다는..."
"하지만 저주는 진짜인거 같은데? 저주가 진짜라면 산타 이야기도 진짜 아닐까? "
"글쎄요. 산타랑은 별개로 안 좋은 일들만 언제나 진짜가 되는 것 같아요. "
"뭐... 너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거겠지."
"그 때도 그랬지만 아저씨는 참 냉정하시네요."
"미안하구나, 살다보니 피곤한 남의 일에 에너지를 뺏기기 싫은 성격이 되어버렸나보다. "
"조금은 에너지를 담는 그릇을 더 늘려보는게 좋겠어요, :
"하하.. 그건 그렇고, 슬슬 음료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말야..."
"네. 어떤걸로 드릴까요?"
"오늘은 따듯한 카페모카로 부탁해, 이곳에서 오래 일했으니 이제 그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 "
"당연하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
음료를 마시고, 아이들을 뒤로하고 카페를 떠나는데 뒤에서 아이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긍정적이 된거 같은데, 저 아저씨, 언제쯤 자기가 산타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
"언젠가는 다시 산타가 되어줄거야. 그렇게 믿고 좀 더 기다려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