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의 '생명유감' 첫번째 이야기
촥! 커튼을 닫는 소리.
고속버스, 기차에서 앉는 순간 누군가의 손은
저 따스하고 귀하고도 찬란한 햇빛을 가리는 일에 착수하네.
창가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공간의 일조권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진 것이 아닌데
저 가차없고 매몰찬 손은 일방적으로 이곳에 어둠을 불어넣네.
창밖으로 스치는 조국의 강산을 음미하며 가던 여행의 맛은 사라지고
지금, 여기와 무관한 시시한 영상이 쬐금 더 선명해지게끔 하려고
생명의 근간이자 동인인 저 고마운 빛을 차단하네.
차창 너머의 풍경, 그를 통해 찾아온 햇빛
나는 불편하긴커녕 조금이라도 더 쬐고 싶네.
그러니 그 커튼 잡은 손
제발 좀 거두어주길
바라보네.
글, 그림|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국장 / 영장류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