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왕복 4시간, 글쓰기와 책읽기 여행을 합니다.
나는 작년에 결혼을 했다.
여동생이랑 서울에서 살던 투룸을 청산하고, 남편을 따라 연고도 없는 인천 지역으로 이사해 우리의 신혼이 시작되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천 영종도다.
1.
공항철도 홍대입구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때, 긴 걸음을 필요로하는 곳이 있는데 갑자기 전광판에서 너무도 좋은 노래가 흘러나와 가던길을 멈춘 적이 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43분, 그 시간에 딱 맞춘 여행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광고하는 거였는데, 여행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공항철도와 뮤직앱 '지니'의 콜라보 광고였다. (지금은 아마 다른 광고로 대체된걸로 안다. 무튼 광고 잘만들었더라)
난 그 광고에서 보여주는 리스트에서 플러스 몇 십곡을더 들어야만 회사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매일 출퇴근 여행을 한다.(2시간이면 지방도 내려갈수있으니 여행이라 하겠다.)
2.
인천 영종도에 내가 살게된 건, 남편이 당첨된 청약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결혼식을 준비할때도 집 걱정 없이 온전히 결혼식과 신혼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우리집’이니까, 이사 걱정은 더 이상 안해도 되지!
이러한 마음들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탑처럼 쌓여 둘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일은 ‘이쯤이야’ 아무일도 아닌것 처럼 만들어버렸다.
한 가지의 이유가 더 있긴하다.
국제도시로 송도, 청라 다음 호재를 누릴 차례는 영종도라나? 남편의 첫 집에 대한 애정, 장미빛 포케스팅들을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결혼식때 남편을 믿고 따르겠다는 사랑의 의무 그러한 것들을 서약을 했던 것 같으니 믿어주기로 했다.)
집 시세는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믿음과 아내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남편과 함께 강남으로 출근을 한다.
3.
‘퇴근하고 인천으로 들어가면, 삶이 일과 완전히 분리되는 느낌이라 좋아요’
'주말엔 평온함 그 자체에요'
좋은 점들을 몇가지 찾아 나를 안쓰럽게 보는 사람들을대응했다.
실제로도 집 주변은 새로 지어진 아파드들로 깨끗하고 평화롭고 자연 녹색이 그득그득 했다.
출퇴근 하는 평일만 아니면 평생 살아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씩 스치듯이 해봤다.
근데 나는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니까,
일주일의 평일은 5일이니까...
4.
매일 2시간씩의 여행은, 체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했고
남들에 비해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도 많아지니
울적한 생각들로 가득차서 출근 했던 나날도 많아졌다.
모두 퇴근하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는다는데
나도 일만하다간 늙어죽을순 없지
진짜 식상한 말이지만,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4시간이 그대로 버려지는것만 같아,
(안그래도 나이 들어가는 시간들이 아까워 죽겠구만)
전자책도 보고 일과 관련된 뉴스레터도 평소에 관심도 그닥 크게 없던 분야에 호기심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여자는 고상한 취미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재즈에 관심을 가져볼까,
돈 버는 건 역시 부동산이지
2시간 내내 재즈만 들어보기도,
부동산 강의를 받아적어보기도
근데 직장으로 출퇴근 하는 시간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웠다.
내가 4시간 동안, 출근 시간이구나를 잊게 해주는
것은 글쓰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이었다.
읽고, 쓰며 모바일에 흩어져있는 여러 텍스트들에서 출퇴근 할 힘을 얻었던 것이다.
어떤 날엔, 책과 글쓰는거에 초집중을 하고 난 후 회사에 도착하면긴 시간 동안 나만의 작은 세계안에서 길게놀다 온 느낌이라 사무실에 앉자마자 공간에 대한 이질감이 확 느껴질때가 있다. (이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글로 조금 어렵긴 한데, 뭔가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아무튼 나에게 집중을 아주 깊게 하다가, 잘 놀다 온 느낌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쓴 것에 대한 굉장한 짜릿함도 있다.
이렇게 하루를 열심히 시작하면 긍정의 기분이 채워져,일 또한 효율적으로 처리가 착착 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조금씩 성취감을 만들고 이것이 플라이 휠이 되어 일을 하는 것에도 선순환을 가져오면, 멀리 바라보는 내 인생 전체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다들 저보다 짧은 출퇴근 시간일지라도
재미난걸 하세요.
나는 오늘 하루도 나만의 작은 세계를 잘 시작해야해서
지하철 자리 눈치싸움을 한다.
끝.
Epilogue
요즘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 적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아무 부담없이 할때 즐거운 일이, 가장 잘할수 있는 일이기도 하단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서는 누군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겠다는 욕구도 내려두고, 남이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거라며, 남의 눈치와 배려만 하다 정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알아가지 못한 시간들을 보상해주고 싶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사는 이야기 그냥 담백하게 써보려구요. 저의 생각을 공감하는 사람이 단 한명은 존재할 거라는희망 하나 정도는 품으면서 이번 첫 글을 마무리합니다.
@글 지선의시선
@사진 지선iphone+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