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AI 시대에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by AI현장감독 이동주

전문가는 AI 시대에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까?


이 글은 AI가 인간 전문가를 대체하는지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술 낙관론이나 위기론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다루고 싶은 질문은 하나다. 이미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전문성은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과거에는 지식의 보유가 곧 힘이었다. 자료를 많이 알고 있고, 경험이 많고,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검색 몇 번, 생성형 AI 한 번의 질의로 기본 정보는 거의 모두 정리된다. 그렇다면 지식이 평준화된 이후에도 전문가라는 구분은 유효한가?


나는 이 질문을 현장에서 자주 받는다. “AI가 이렇게 발전하면 전문가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반대로 이렇게 묻고 싶다. “AI가 정리해준 정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일은 누가 하는가?”


직원 15명의 소규모 식품 가공업체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최근 원가 상승과 매출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표는 AI에게 이렇게 물었다. “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알려줘.”


AI는 일반적인 답을 제시했다. 공급망 재협상, 대체 원재료 검토, 공정 자동화, 재고 회전율 개선 등.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제 상황은 달랐다.

1. 매출의 42%가 한 대형 거래처에 집중되어 있었다.

2. 원재료는 지역 농가와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어 단가 조정이 쉽지 않았다.

3. 설비는 10년 이상 사용되어 자동화 전환 시 초기 투자 부담이 컸다.


AI의 답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에 바로 적용 가능한 해법은 아니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구조 재설계’였다.

전문가는 무엇을 했을까?


그는 원가를 단순히 낮출 대상이 아니라, 수익 구조 전체의 일부로 보았다. 매출 구성, 거래처 의존도, 제품 믹스, 고정비 비율을 다시 분해했다. 그 결과 원가 절감이 아니라, 고마진 제품 비중을 18%에서 30%까지 확대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AI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문가는 구조를 설계했다.

문제는 여기서 명확해진다.


AI 시대에 지식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그러나 지식을 배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능력은 여전히 희소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곧 전문가가 된다.”

또는

“이제 경험보다 프롬프트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프롬프트는 질문의 품질을 반영한다. 질문은 문제 정의의 수준을 반영한다. 문제 정의는 구조 이해에서 나온다. 결국 전문성은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하는가’에서 드러난다.


정리해보자. AI 시대의 전문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최소 세 가지다.

1. 문제 정의 능력

현상을 단순 불만이 아니라 구조적 질문으로 바꾸는 능력.

예: “매출이 줄었다” → “고객 구성과 단가 구조는 어떻게 변했는가?”

2. 변수 식별 능력

핵심 변수가 무엇인지 구분하는 능력.

모든 데이터를 다 보지 않고도, 영향도가 큰 요소를 먼저 찾는 판단력.

3. 실행 설계 능력

제안이 아니라 실행 단계까지 설계하는 능력.

일정, 비용, 조직 역량을 고려해 현실적 경로를 제시하는 힘.


AI는 1차 정리를 빠르게 해준다.

하지만 변수 간 관계를 읽고, 조직 상황을 반영해 순서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현장에서 바로 점검해볼 질문이 있다.

첫째, 나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시간을 더 쓰고 있는가, 아니면 문제를 정의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는가?

둘째,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일반론인가, 우리 조직에 맞춘 설계인가?

셋째,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면 재구성하고 있는가?


AI를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AI의 답을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은 중개자에 가깝다.


AI의 답을 조직 맥락에 맞게 재배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사람은 설계자에 가깝다.

전문가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구조로 바꾸는 사람이다.


AI는 지식의 접근 비용을 낮췄다.

그러나 구조 설계 능력의 가치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산업별생산성.png


그래서 질문은 남는다.

지금 내가 쌓고 있는 것은 정보의 양인가,

아니면 구조를 설계하는 힘인가?

AI 시대에 구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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