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세찬 소나기가 내리는 오후였다.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에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눅눅함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함께 마주 보며 누워있는 우리에게
홑이불의 뽀송 거림이 느껴졌다.
아키시아 향이 난다.
나를 보며 재잘거리는 그 애에게서
아카시아 향이 나고 있었다.
착각일까..
분명 맞은편에서 이 기분 좋은 향기가
밀려오고 있는데.
무더운 여름날에 느낄 수 없는
이질적인 포근함과
그 애의 낮은 목소리와
밀려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고 말았다.
그 애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아카시아 향이 더욱 가까워진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주 오래전
비 오는 날 오후의 기억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