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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ul 21. 2024

소멸

     

여명의 어스름은 

오르막길 내리막길 어려움을 모르는 채

시작을 알리는 기쁨에 들뜨고

지저귀는 산새들의 응원 소리

까치의 인사가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게 한다.

새색시 순정 같은 붉은 기운이 하늘가를 물들이며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새롭고 벅찬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오르막 내리막길에서

다시 시작을 꿈꾼다     


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버겁다. 

엉덩이는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숨이 가빠지며 땀이 난다.

한 발 내딛기 힘들어질 즈음 

산은 내리막길을 내어준다.

삐그덕거리는 관절이 소리를 내도 

한결 가벼워진 걸음에 콧노래라도 부르려 하면 

다시금 보이는 끝없는 계단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몇 차례

붉어진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코끝에 서리는 입김이 범벅되고서야

오른 산꼭대기

동서남북 탁 트인 산 정상에 이른다.      


하늘 물들인 거먕빛 해 차츰 희미해져

서서히 산등성이로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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