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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부부, 효율적인 업무시간대 찾기

일과 여행의 균형을 잡는 끊임없는 시도

우리 부부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과 여행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이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자세겠지만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하며 여행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이 삶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고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장소에서 일해보며 루틴을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아시아와 유럽의 도시들에서만 지내봤기 때문에 일단 시차는 기본적으로 2시간 혹은 7-8시간 정도 차이가 있었고 동남아시아의 경우 한국과 크게 시간 차이가 나지 않으니 비교적 괜찮았지만 유럽에서는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시차 때문에 한국의 업무시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시아에 있을 때보다 일찍 일어나도 아침에 여유가 별로 없다. 특히 배송대행지나 오픈마켓 고객센터 같이 한국 시각으로 6시 땡 치면 연락이 불가한 곳들과 통화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서 대체로 아침 시간엔 일어나서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바로 앉아서 일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구매대행 초반, 루마니아에서 일할 때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익숙해서 밤부터 새벽 3-4시까지 일하곤 했는데 이런 경우 자고 일어나면 한국의 업무 시간이 모두 끝나 있어 일처리가 하루씩 밀리곤 했다. 그래서 이 시기엔 자다가도 여러 번 일어나 문의나 회신 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다음 해 다시 유럽 쪽으로 갔을 땐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엔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일찍 일어나야 해서 늘 피곤했지만 대신 일을 다 마치고 나오면 한창 햇살 좋은 점심 때라 비타민 D를 잔뜩 받으며 실컷 돌아다닐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늦은 오후에 나가고 다시 추워질쯤엔 일찍 끝내고 밖으로 나가 짧은 낮을 아쉬워하며 거리를 누볐다. 




그 이후로도 우리의 업무시간은 계속 바뀌었다. 동남아시아와 한국에서 머무는 시기엔 오전에 2-3시간 정도 일하고 오후엔 산책하듯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돌아와 나머지 일을 끝내는 날이 많았다. 시간대만 계속 바뀔 뿐 업무 시간 구성은 대략 비슷하다. 하루 중 약 4시간은 들어온 주문에 대해 쓰고(발주, 배송 확인, 배송대행지 컨택, CS 등), 나머지 3-4시간은 주문이 들어오도록 (상품을 찾고 등록하고 수정하는 일)하는 데에 쓴다. 판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던 둘이서 업무에 쓰이는 시간을 제법 또렷하게 파악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밤에 뭔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도 밤에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밤에 일했을 때와 아침에 일했을 때의 실제 결과물은 반대가 된다. 밤에는 집중이 잘 되는 대신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1시간 바짝 일하고 2시간 딴짓하다가 더 늦게 끝날 때가 많았고,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면 밤보다 집중은 잘 안 되는 것 같아도 제법 진득하게 꾸준한 속도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쌓인 태스크를 쳐내고 시계를 확인했는데 오전 11시도 안 됐을 때의 뿌듯함이란. 물론 가능한 시간대가 저녁밖에 없는 날엔 선택지 자체가 없겠지만, 이런 시도와 확인을 반복하면서 나는 내가 언제 일해야 덜 지치고 더 할만할지 하나씩 알아간다. 


해변에서 마시는 캔맥주가 짱이라고 하는 남편의 손


무수히 많은 반복 속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시간 사용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자리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내가 좋을 거라고 믿는 것과 실제로 나에게 좋은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만 해보고 '이게 나한테 맞아'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지켜보며 계속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번, 두 번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특히 시간 사용에 대해서는 계절과 도시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일하고 빨리 나가 놀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귀한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서라도 충분하게 관찰해보며 효율적인 시간대를 찾는 일이 절대 시간 낭비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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