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가 필요한 이유
이번 달 세 번째 명사특강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인문, 과학, 철학 특강인데 세 번째 시간은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초청하였다.
명사특강은 강사가 강연을 마치고 현장에서 몇 가지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순서로 진행하는데 이번 주제와 연사가 정신의학과 의사인 만큼 현장에서 묻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 사전에 질문지를 받고 있다.
주제는 스트레스와 나이다. 강의안을 받아보니 결국은 '나'에 방점이 찍힌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기질과 성격의 사람인지에 따라 스트레스라는 외부변인이 작동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qr로 받은 질문지를 살펴보니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사람도 있고
낯선 환경에서 대인 기피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배우자와 자녀와 어떻게 잘 대화할 수 있을까 묻는 사람도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을 묻는 문항에는 인간관계가 가장 많았다.
자기계발서를 출간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나 역시도 자기 이해가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나의 상태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급급했다. 목표가 있었고 이뤄야 하는 압박이 있었다. 나를 몰아붙여 어쨌든 그곳에 다 달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됐다. 자기 자신의 이해 없이 행하는 모든 일은 에너지를 소진시킬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걸 말이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 없이 내 속도와 성향과 취향을 고려하며 천천히 가도 된다는 아주 심플한 진실을 이제야 알아차린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건 삶을 향유하는데도 무척 중요한 사실이다.
일요일 세미나가 끝나고 작가님들이 저마다 아이기질과 남편기질을 알려주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기질 진단을 하고 나니 남편은 이해가 가고 아이에게는 미안해진다는. 나 역시 그랬다. 신혼 때는 이 사람이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는 건가 오해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말해도 반복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행동이 화를 넘어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으니까. 시간이 흘러 나도 그도 무뎌지고 맞춰지며 적정 수준 합의점을 찾았지만 순간순간 응? 뭐지? 할 때가 여전히 있다.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아이가 내 속에서 나왔다는 신기한 경험과 그 아이와 원만하게 잘 지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엄마라는 나는 여전히 수련과 같은 생활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끊임없이 배우는 엄마라는 거다. 배우고 깨닫고 각성하고 새롭게 실천하며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덜 저항하며 수용할 수 있는 엄마라는 거.
어제도 나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을 구구절절 전하며 자신이 왜 힘들었는지 말하는 아이 옆에 앉아 실은 '이게 왜 기분이 상할 일이지? 무시하면 그만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순간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지!'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며 쉽지 않음을 또 느꼈지만.
각자 가지고 태어난 기질을 바꿀 수 없다. 다만 내가 가진 기질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우리는 덜 힘들고 덜 상처받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