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반찬가게, 카페, 스타벅스. 그러나 결국 내가 떠나야 했던 이유
반찬가게, 카페, 스타벅스까지 7년.
나는 오래도록 ‘먹고사는 일’ 안에서 살아왔다
오래오래 할 줄 알았다.
그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자격증도 있었고, 성실하게 일해왔다.
식품을 다루는 게 낯설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식품이 꿈이었던 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아보자는 마음이 컸다.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그 장면이 좋았다.
그게 내 일이 되면 얼마나 보람찰까 싶었다.
내 나이 스물일곱, 반찬가게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장을 보고, 낮에는 반찬을 만들고, 오후에는 장사를 했다.
새벽시장부터 밤까지, 일과 쉼의 경계는 무너졌고
냉장고 안의 숫자와 주문표가 하루의 감정을 결정지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손님이 "또 올게요"라고 말할 때면, 고된 하루도 괜찮았다
쉬는 날이 뭔지 모르고 4년을 일했다.
이 정도면 잘 버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얼굴이 웃고 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낡았다는 걸 느꼈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지쳤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먹지 않을 정도로, 삶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래서 가게를 정리하고, 카페를 시작했다.
직접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과 이야기하고, 공간을 꾸몄다.
예쁜 것들을 좋아하던 나에게 카페는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 같았다.
커피 내리는 손끝, 직접 만든 디저트, 손님과의 대화.
처음엔 설렜다. 하지만 이곳도, 결국 일상이 되었다.
즐기기보다 버티게 되었고, 꿈보다는 생계가 앞섰다.
좋아하는 일과, 버텨야 하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스타벅스는 뭐가 잘났길래 세계 1등인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나는 몸소 겪어 보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지 3년이 되었다.
처음엔 그냥 '잠깐' 있으려던 곳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좋은 동료들도 있고, 시스템도 탄탄하고, 일도 손에 익었다.
잘 짜인 구조와 시스템이 위로가 되었다.
'이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쉬어가자'는 마음이었다.
사람들을 응대하고, 커피를 내리고, 동료들과 웃으며 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안에 질문들이 계속 해서 생겨났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이게 맞을까? “
“내가 여기서 더 오래 일하면,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놓칠지도 몰라.”
가만히 돌아보니, 나는 늘 '좋아했던 일'을 '버티는 일'로 바꾸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식품은 더 이상 나에게 설렘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감옥이 되어 있었다.
반찬가게도, 카페도, 바리스타도
'잘하는 나'는 있었지만, '살아있는 나'는 없었다.
그 공간들을 사랑했고, 나를 키워준 시간들이었기에 더더욱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내려놓기로 했다.
식품이라는 익숙함을,
나의 오랜 정체성을,
고맙게 떠나보내기로 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었다.
잘하고 있었지만, 잘 살고 있지는 않았던 나.
그 나를 놓지 않기 위해, 나는 방향을 바꿨다.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내가 진짜 원하는 쪽으로 걷기 시작한 이야기다.
이제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를, 수학을, 글을.
그리고 나를,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아깝다"라고 하겠지만,
나는 안다.
이제야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