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고주파를
지우려 귀를 흔든다.
오래전부터 나의 귀에 이식되어
가끔씩 멀리서 들리는 현상을 일으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현대 미술관 입구를 걷는다.
낮게 깔려있는 녹색 잔디가
넓게 펼쳐진 마당을 덮고 있다.
베이지색 암석을 지켜보며 걷다
키 큰 조형물을 만난다.
단단한 쇠로 이루어진 척추를 곧게 세우고 있다.
가끔씩 입을 벌리며 내는 소리가
빈 공간 어디쯤에 퍼진다.
옆으로 누은 타원이 입 밖으로
나와 공기에 전달된다.
노래하는 사람.
키가 크다.
관자놀이에 붙은 원형 판에 수직 막대기가
이어져있다.
수직 막대기가 아래위로 운동하면
턱관절이 느리게 열리고 닫힌다.
턱 움직임 템포가 일정하다.
머리는 하늘을 보고 있다.
눈을 감고 노래한다.
뒤로 보이는 산등성이가 길다.
같이 있던 시간이 그림자를 옆으로 기울어지게 한다.
끼워져 있던 이어폰의 진동이
곡선 모양 파동을 천천히 내보낸다.
움직이는 음표들이 온화하게 하행하다
위로 상승해 선 위를 비행한다.
1악장 마지막 부분,
그동안 겹쳐진 옷을 입고 편안하게
움직인 걸음을 멈추게 한다.
종속돼 있는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대방이 입고 있는 웃옷을 풀어버리는 작곡가는
나에겐 흔치 않다.
시간을 잊고 지내다
손에 들어오는 저린 바람이 감각을 돌아오게 한다.
어린잎들은 솜털이 돋아 있다.
해는 머리를 숙이고 산 허리에서 쉼을 가진다.
돌아가야 할 시간
명작들을 뒤로하고 길어진 그림자와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어린잎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