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오늘은 내 생일이다.
카카오톡에 생일 뜨는 게 너무 싫어서 알람 비활성화할 정도인 내가,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이렇게 끼적끼적 적어내려가는 것은
다시 오지 않을 32살의 생일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사실 위 문단은 조금은 거짓말이다. 나는 관종끼가 강해서 10대부터 20대까지
생일이 되면 누가 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나 항상 기다리고는 했다.
그러다, 정말 거짓말처럼 30살이 되니 생일은 귀찮은 일이 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보다
지금까지 이뤄온 것 없음에 대한 스스로의 조소감에 마음이 씁쓸해지고는 했다.
그리고 딱 1년 전 생일. 자정이 지나고 30분이 되었을 즈음
나는 의사로부터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빠가 하필 내 생일에 죽다니.
365일 그 많은 날중에 왜 내 생일이어야 했는지, 하늘이 야속했다. 아빠가 미웠다.
자식의 도리로서 고인이 된 부에게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
지금은 천추의 한이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다.
정신없이 장례식을 끝내고 생각했다.
생일날 아빠를 잃은 것보다 더한 시련은 없을 거다
1년 후의 나는 이것보다 더 행복한 날을 보내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이 일어났으니 1년 뒤에는 무조건 행복이 찾아올 거야.
안될 일도 척척 될 거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더랬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사려고만 했던 나를 비웃듯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도 20대의 나라면, 좌절 먼저 했겠지만
이제는 좌절할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좌절할 시간에 밥줄이 될만한 거 하나 더 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뭐 하나 더 좋을 것 없는 생일의 시작이지만
그래도 좋은 것을 꼽아보자면
내 생일 전날에 적재 앨범이 나왔다는 것과
글을 오랫동안 연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계속 작가 지위를 주는 브런치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든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