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동동몬 Nov 24. 2022

마흔이 다 되도록 여전히 차가 없는 남자의 이야기

그래도 결혼은 했다

나는 BMW 애용자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동차 브랜드 BMW를 생각하겠지만 Bus, Metro, Walk의 약자이다.


나는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차를 가져본 적이 없다.

오랜 해외생활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다지 구매를 해야 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해외에 있는 동안 차 없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한국에 와서도 회사 가까운 곳에 살아서 인지 차가 필요 없었다. 수도권으로 와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수도권은 차가 더 필요 없는 듯하다) 더군다나 차가 필요하면 '쏘카'라는 편리한 플랫폼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든 차를 빌릴 수 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금요일 저녁마다 쏘카를 하여 전국 방방 곳곳을 누볐다.

강원도 고성부터 전라남도 땅끝마을까지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달린 킬로가 쌓일수록 기분이 좋았다. 마치 마일리지를 쌓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나는 쏘카 VIP회원이 되어버렸다. 9개월 동안 1만 km를 넘게 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차를 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보면 가끔 부러울 때도 있다. 자신만의 공간이기도 하면서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서라고 할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그런 부분이 부럽다면 부러웠다.


돈이 없어서 차를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차보다 중시하는 건 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은 어릴 때 그리 여유롭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가끔 차를 바꿔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어머니는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먹을 돈이 없었던 때도 있었다고 했고 동생은 학비가 밀려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일들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작용했고 어머니는 차 보다 집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차에 대한 욕심보다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컸다.

특히 차는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되고 차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많지만 집은 시간이 지나도 대부분 우상향하고 자산으로써의 가치를 가지기에 나는 무엇보다 집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동네 아님


내가 차가 없는 것에 아무도 입댄 적은 없지만(뒤에서 누군가는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내가 여자 친구도 되기 전, 내가 그녀를 쫓아다니던 시절엔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나이 서른 중반에 아직 차도 없다니. 아마 그녀의 전 남자 친구들은 차도 있었을 텐데 그들보다 사회생활을 훨씬 더 오래 한 나는 차가 없으니 부끄러울 만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고 내가 차를 빌리겠다고 하니 대중교통 타면 되지 왜 차를 렌트하냐고 되려 나에게 물었다. 솔직히 좀 놀랐다.


그녀와 결혼을 약속하고 그녀의 아버지와 독대한 날, 아버님은 나에게 차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속으론 참 부끄러웠지만 없는 걸 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국에 사둔 집도 없는데 집 사려고 안 샀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버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자네는 참 마음에 드는구먼 허허허


음??

차 없는 게 마음에 든다고 하시길래 어안이 벙벙했다.

아버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 보면 입사하는 순간 차부터 사더라고.
내가 그들의 월급을 뻔히 아는데 차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
무리해서 사더란 말이지.


사실 아버님의 차도 25만 킬로를 뛴 98년도 차를 소유하고 계신다.

거의 20년을 넘게 타신 건데 불편함 없이 몰고 다니신다.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못 할 정도가 되면 바꾸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걸 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싶다.

누군가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아버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는 개개인의 생각차, 마인드의 차이다. 다행히 장인어른으로 모실 분과 생각이 잘 맞았고 이런저런 생각이 아버님과 비슷해 나를 굉장히 좋아하신다. 나는 참 복도 많은 인간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태어날 아이를 위해 나는 한국에서 집을 매매했다.

집값이 미친 듯이 뛰던 시기였지만 나는 내 가족의 보금자리가 필요했기에 매매했다.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치솟는 현재 나는 운 좋게도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했기에 큰 피해는 없다. 그저 우리 가족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


차가 없으면 좋은 점이 있다.


돈을 많이 아낀다.

차를 사는 순간부터 기름값, 주차비, 세차비, 보험비, 자동차세 등 드는 돈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 혹은 수도권에 사는 대부분의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한다. 차를 몰고 출근하면 막히고 주차비가 장난이 아니다. 차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차를 구매해서 집에 주차만 해둬도 별의별 비용이 나간다. 적어도 나는 그런 돈이 들지 않는다. 쏘카할 때 쓰는 돈은 내가 쓴 만큼 내는 것이고 지정된 주차공간에 주차하면 문제 될 것 없다. 차량 수리, 자동차세 납부 등 내가 직접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세차를 하면 추가로 리워드를 준다.


불편한 점도 있다.

어디 가기가 불편하다. 아내와 둘이 있을 때는 아무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다 보니 차 쓸 일이 있다. 아이 짐이 많고 아내와 아이가 좀 편하게 다니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택시와 쏘카로 대응하고 있지만 택시는 단발성이라 여행으로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쏘카는 예약시간 지정 및 다른 이용자와 시간이 중복되면 빌릴 수 없는 게 좀 불편하다. 그래서 요즘엔 아내가 아이가 좀 더 크면 차를 사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한다.


어쨌든 나의 목표인 집이 생겼으니 이제는 차가 생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를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른 중반에 시작한 교정이 3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