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위한 조건

다음으로 가기 전에

by 루치올라

지금 우리는 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단지 계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한 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연에서 겨울은 멈춤의 시간이 아닙니다.
겨울은 키우는 계절이 아니라
가려내고 정리하는 계절입니다.

변화는 소란스럽게 오지 않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조용히,
자리를 바꾸는 순간에 시작됩니다.
이때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얼마나 잘해왔는지를.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무엇이 끝까지 갈 힘을 가졌는지,
무엇이 다음 순환으로 옮겨갈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은 여기서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그래서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솔직한 계절입니다.
성과도, 변명도, 과장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말없이 흙으로 돌려보냅니다.
지극한 이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득 차면 넘치고,
극에 이르면 반드시 바뀝니다.
끝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전환점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합니다.
잘한 일은 자랑으로 남기기보다
다음 선택을 위한 기준으로 정리하고,
아팠던 일은 원망으로 끌고 가지 말고
이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하며,
더 이상 나를 앞으로 데려가지 못하는

생각과 집착은
조용히 내려놓는 것.
새로움은
갑자기 나타나는 기적이 아닙니다.
정리된 자리에서만 변화는 시작됩니다.
겨울이 가장 깊을수록
땅속에서는 이미
봄을 위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변화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갑자기 새로워지는 시간이 아니라
이 겨울을 어떻게 통과했는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정리할 것을 정리한 사람에게만
새로운 흐름은 옵니다.
한 해의 끝자락,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조용히 삶을 정돈할 시간입니다.
그 자체로
이미 우리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