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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재 Sep 13. 2024

괴기스럽고 현학적인.

내 영혼은 괴기스러운 상처를 입었다. 그것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외로움과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는 고통으로 인해 시간을 죽이고 들판에 깔린 전장의 시체들 중 하나가 되어 피구름을 마시게 된다. 참으로 다행인 점은 이러한 시간이 그리 길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다양한 해결책들이 장마철에 쏟아지는 굵직한 빗줄기처럼 내 살가죽을 때리는 일이 일어나곤 하기 때문이다.-하나 완벽히 그 시간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것은 거대한 자연의 광활함을 느끼며 경외하는 편안함이기도 하다.

아! 그것은 우연히 펼친 책에서 주어지는 문장을 통해 엮이는 삶의 파편들이기도 하다.

아! 그것은 어머니의 따가운 잔소리이기도 하다.

아! 그것은 갑자기 나타난 길가의 광인이 부르짖는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내게 길을 보여주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은 나 하나뿐이다. 하지만 혼돈으로 눈이 먼 나에게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있다. 눈이 멀기 전에는 그 길이라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했다. 산을 오를 때 자연스럽게 가빠지는 숨처럼 의식과 동떨어진 채 함께하던 작은 수호천사 같은. 하나 현재를 보라 지나친 의식화로 인해 나는 제대로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또 길을 잃었다.

나는 또 눈이 멀었다.


슬픔을 겪고도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심장이 내 심장이다.


수려하고 현학적인 언구들 사이로 쿰쿰한 냄새가 나는 썩은 생각들을 던져버리자!


내가 나의 예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사랑받아도 소용없으리란 것을 나는 알면서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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