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소진 Jun 27. 2020

인천공항이 죽었다

관제탑에서 보는 것보다 더 안쓰러운 탑승동 내부

요즈음, 야간근무를 서게 되는 주말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시간 이상씩 공항에 빨리 출근하게 된다. 6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안전하게 날 공항까지 데려다 놔주는 공항버스도 승객이 줄면서 배차간격이 길어졌다. 끊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하며 오늘도 출근길 공항버스 의자에 풀썩 몸을 기대었다. 오늘은 남는 한 시간 동안 공항에서 뭘 할까 고민해봤다. 평소라면 카페에 가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멍하니 유도로와 간간히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었을 테다. 그런데 오늘은 출근 전 꼼짝도 하기 싫어 가만히 누워있던 탓에 게으름뱅이가 된 느낌이었고, 그래서 출근 전 탑승동을 한 바퀴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멈춰버린듯 한 탑승동

탑승동은 길쭉하게 생겼다. 양 끝에 위치한 101번 게이트와 132번 게이트를 왔다 갔다 하면 20분 정도 걸리겠거니, 하며 발걸음을 떼었다. 전에 하노이에 갈 때 한 번 정도 이용해 봤으려나. 그래서 그런지 탑승동에 있는 내가 낯설었다. 오랜만에 깊숙이 들어선 탑승동은 처참했다. 사람이 눈에 띈다 싶으면 전부 직원이었다. 한산하다고 느껴지는 1터미널이나 2터미널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조용했다. 끄트머리의 카페 두 곳, 가운데 음식점 한 곳과 면세점 일부분을 빼고는 모든 상업시설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었다. 주기장에 늘어서서 다시 날기를 기다리는 비행기들이 생각났다. 인천공항이 죽었다.


내가 이렇게 탑승동을 자세히 본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가게와 조형물 곳곳에 눈길을 주었다. 보는 이 없이 혼자 재잘거리고 있는 티비, 찾는 이 없이 그저 늘어져 누워있는 스카이허브 라운지 앞 긴 소파들, 초라하게도 단 두 편의 출발 항공편만 기록되어있는 *FIDS판, 모든 것들이 조용하고 정적이었다. 멈춘 시공간 안에 생기를 띠고 걸어다는 건 나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랄하던 발걸음이 쳐지고 어깨가 가라앉더니 급기야 한숨이 나왔다. 내 가방에 매달린 열쇠고리만 찰그랑, 찰그랑 소리를 내었다.


*FIDS(Flight Information Data System) : 출도착 항공편이 시간 순서로 기록되어있는 시스템. 공항에 들어섰을 때 참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수많은 항공편들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그것이다.


7월 성수기가 눈 앞인데도 공항은 여전히 조용하다. 어떠한 ‘병’에게 미운 마음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왔는데 미움의 대상이 꼭 생물은 아닌가 보다. 전염병이 이렇게 하늘길을 무너뜨릴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늘 내 분야에 대해 자랑스러웠고 자신감을 가져왔던 나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회의감이 든다. 나는 무얼 위해 더 노력해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표준 관제용어와 프리토킹, 그 사이에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