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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Oct 16. 2023

취미생활의 소중함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

    시간 나면 생각나는 게 취미다. 좋아하는 운동이나 놀이가 일상이면 취미생활이 된다. 취미가 반복되면 습관이고 취향이라 할 수 있다. 취미생활이 곧 삶이 되고 인생인 것이다. 바둑이나 독서, 테니스와 당구가 내게 그런 것 같다. 유년시절부터 바둑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요즘도 잠들기 전 기보를 감상하는 것이 일상이다. 한 때 테니스 취미가 내게 그랬고, 책 읽는 일이나 당구를 치는 재미가 그렇다. 내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취미생활이다. 내 삶에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좋아하는 취미생활 때문이 아닐까 한다.

 

   6~70년대 삶이 그랬던 것 같다. 생존에 매달려 취미생활은 변변치 않았다. 일이 중심인 사회에서 취미생활은 사치처럼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일 중독자처럼 살았던 세대들이 그랬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전쟁을 흉내 낸 싸움이 아이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이었다. 어른들의 취미생활은 어땠을까. 사행성 오락을 취미처럼 즐겼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마패나 화투놀이처럼 우연이나 요행을 가장한 사기도박이 취미생활을 대신해 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심하고 우매한 시절 같지만 그 폐해와 악습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생존 경쟁을 당연한 삶으로 여기기에 취미생활마저 성패를 가르는 취미를 주로 즐기려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 운동이나 게임을 취미가 아닌 승패 경기로 즐기려는 사람이 그러하다. 승부에 집착해 그 스릴과 쾌감을 즐기려고 취미생활에 빠지는 사람도 많이 봤다. 전문 엘리트 선수들이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닌가. 자신의 취미생활은 건강과 자기 계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이기는데 목표를 둔 취미생활은 더 이상 취미생활이 될 수 없다. 취미생활이 아닌 경기를 참가한 선수일 뿐이다.


   아들이 온라인 게임을 좋아한다. 임용 시험 준비에 바쁜 중에도 늦은 밤 PC방에 갔다 새벽에 들어올 때도 있다. 게임에 몰입되어 중독을 통해 공부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가 아들에겐 다행이다. 마라톤에 심취된 사위도 마찬가지다. 회사 일과 육아에 피곤해도 주말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지 싶다. 자신의 삶을 극복을 위한 레포츠 취미가 지친 삶을 달래는 방편인 셈이다. 삶에 활력과 에너지뿐 아닌 여유와 안정을 찾는 여백이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일과 취미를 구분하는 선이 있다. 해야 할 행위가 일고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행위가 취미다. 경제적 보상을 위한 일이라면 소비 수단이 취미생활이다. 일에 비해 취미생활을 할 때 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소비 행위이기 때문이다. 돈벌이를 위한 일에서 발생하는 괴로움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는 게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삶에서 일 못지않게 취미생활이 소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가나 보상을 위해 견디며 살아야 할 인생에게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현대인이다. 개인의 여가나 취미생활이 그만큼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일만 중시하던 시절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성장과 발전만 바라보던 시절엔 풍요로운 삶을 외치며 취미나 여가는 사치나 다름없었다. 삶의 질에 우선한 현실 사회는 다르다. 자유롭고 여류로운 삶을 지향한다. 좋아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여가생활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비중이 커졌음을 뜻한다. 현대사회가 다양한 취미생활을 위해 수많은 동호회로 구성되어 있다. 여가 활동 기회가 늘었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다면 소용없다. 


   취미생활은 미쳐야 미칠 수 있고 즐길 수도 있다. 무언가에 빠져있다면 설렘과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취미생활이 주는 성취나 만족이 아닌가 싶다. 머릿속에 바둑알과 바둑판이 그려지고 당구대 위에 당구공이 굴러다녀야 가능한 일이다. 취미생활이 지닌 매력에 취하고 빠져 지내야 취미를 즐길 수 있다. 도전과 모험, 경쟁을 통해 성취의 쾌감을 느끼려면 도취를 경험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종교를 삶으로 여기는 신앙인처럼 취미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쳐 미치는 경험 자체가 취미생활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사고나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일에서 은퇴한 후 인생을 과속하고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속절없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인생 시계다 싶다. 그런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써 사소한 일상과 취미생활 밖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가와 취미생활에서 위로받고 덧없는 인생을 달래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사는 얘기 주고받으며 사는 게 그나마 다행이고 위안 삼아야 하지 않을까. 


   아내는 날마다 등산을 한다. 틈만 나면 내가 당구장에 가는 것처럼 아내는 산행을 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상이다. 지족산 근처로 이사 온 후 지금까지 그랬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산행을 즐긴다. 연두색 가방에 물을 반쯤 채운 물병 하나면 아내의 산행 준비는 끝이다. 아내를 따라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이젠 포기했다. 주변에 산행 친구가 아내에게 많이 생긴 것은 핑계다. 지족산 날다람쥐를 따라가려면 숨이 헐떡 거리기 때문이다. 등산을 즐기는 아내에게 가뿐하게 산 타는 모습에 붙여준 별명이 지족산 날다람쥐다. 


   지족산 날다람쥐가 산을 타는 이유도 따로 있다. 알밤도 줍지만 산행으로 듣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메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자녀나 손주에 걱정 아니면 자랑이지만 나름의 흥미 거리가 들어 있다. 아내가 즐겨보는 인간 극장 주인공 삶과 닮아 있다. 만난 적 없는 친구들이 사는 모습이 드라마를 보는 것이나 진배없다. 소소한 일상 취미생활이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인생이다. 살아보니 사는 게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살아가는 취미가 있다면 그것이 행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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