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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n 08. 2024

블루베리 한 줌

 발행한 글 ⌜꽃이 지는 소리⌟에서 블루베리 꽃을 소개했다. 그것들이 알알이 영글어 가는 이 내 마음에 열매가 맺히는 것 같다. 꽃이 크면 열매가 크게 달릴 것이란 생각이 빗나갔다. 꽃 몸이 작아도 열매는 실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나무가 보여주었다. 삶에서도 뭔가를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한 분홍빛에서 보라로 되었다가 검붉은 빛을 띠면 다 익은 것이다. 잘 익은 알맹이 몇 알 따서 신기한 듯 손에 놓고 들여다본다. 남편과 아들 나 셋이서 나눠먹었다.


 배 안 아프고 낳은 아들의 결혼을 축복하고자 쉬는 날 서울에 갔다. 결혼식 전에 신혼집에 가보았다. 신부 될 아이의 로망이 자신들의 살 집은 자기들이 꾸미는 것이었다고 손수 집을 살폈다. 미대를 나와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도서관에 있는 트레이 은 것에 책이 담겨있고, 책이 자연스럽게 쌓여 있기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신랑 될 아이는 책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다. 책을 안 본다고 어렸을 때 혼나기도 여러 번이다. 컴퓨터 하고 친하더니 그쪽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괜히 혼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니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잘 살 것이라 미덥다.

 

 가꾼 나무에서 블루베리를 따먹었다고 이야기하자 신부 될 아가씨가 자신도 블루베리 나무를 키워보고 싶다는 것이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베란다에서는 어렵다고 했다. 곁에 있던 남편이 겨우 몇 알 먹었다고 자랑이냐고 핀잔을 준다. 한 개를 먹더라도 먹은 것은 먹은 것이라고 내가 우긴다. 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가 달려 중간에 떨구지 않고 익어가는 시간이 존중받아야 하고 빛이 나야 한다. 아이들의 시작하는 삶의 모든 과정이 아름답게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어제 블루베리 잘 익은 것을 땄더니 오므린 손 하나에 가득 찼다. 블루베리 한 줌 셋이서 몇 알씩 나눠 먹었다. 아들이 판매되는 것보다 맛이 좋다고. 그거야 나무에서 바로 따 먹은 데서 오는 정서가 보태져서 그런 것이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과일은 후숙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 먹는 것이 숙성이 되어 더 단맛이 날 것이기에.


 블루베리 나무 두 그루 심어놓고 열매를 따먹고 있다는 것이 꿈꾸는 것 같다. 꽃나무는 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블루베리는 꽃도 예쁘고 열매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이 배가 된다. 내 작은 꿈 한 개 이루어진 느낌이다.


  우주와 교신하는 장치 같던 꽃 진 자리에 살이 차올라 블루베리 열매가 되었다. 우리의 삶도 블루베리 같기를 원해본다. 동굴동굴 꽃도 피어나고 꽃봉오리 들썩이더니 꽃 진 자리에 자랑처럼 알알이 탐스럽게 열매로 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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