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테크잇슈)
2024년의 마지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주요 IT 소식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 기술이 화제의 중심이었지만, IT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균형 있게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산업 트렌드를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월별로 중요한 소식들을 선별했으니, 천천히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
2024년의 포문을 연 것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였습니다. 실제 사람의 뇌에 칩 이식에 성공하며 BCI(Brain-Computer Interface)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는데요. 임상시험의 참가자는 이 기술을 활용해 체스를 두는 등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몇 주 후 전극의 실이 느슨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를 개선하여 7월에는 두 번째 임상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뉴럴링크는 두 번의 임상시험을 통해 BCI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상용화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3년 3월, ChatGPT의 대항마로 출시된 바드는 시연 중 오류를 일으키며 구글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4년 2월, 구글은 실패의 상징이 되어버린 바드를 역사 속으로 보내고 제미나이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동안 OpenAI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구글은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개편하며 왕좌의 자존심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미나이를 이끄는 딥마인드의 하사비스는 노벨상까지 거머쥐며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앤쓰로픽이 3월에 공개한 클로드 3은 AI 최초로 IQ 100을 넘어서며 OpenAI 독주 체제에 균열을 가져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는 AI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가 왔음을 보여주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모델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성능도 좋아진다는 AI 스케일링의 법칙을 가장 잘 활용했던 OpenAI의 기술 발전 속도가 다소 둔화된 사이, 구글과 메타 같은 기업들이 격차를 좁혀온 것인데요. 이는 OpenAI가 추론 기반 모델에 집중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잠시 국내 OTT 시장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티빙은 올해 초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3년 간 1,450억 원에 계약하고 이를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스포츠 중계라 우려도 있었고, 그동안 네이버 등에서 무료로 야구를 보던 팬들의 반발로 효과가 미미할 거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3~4월에 진행된 중계에서는 잦은 실수를 보이며 실패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프로야구가 사상 첫 천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고, 이에 힘입어 티빙도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스포츠 콘텐츠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티빙은 국내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쿠팡플레이를 밀어내고,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많이 줄였습니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넷플릭스가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공세를 시작한 지금, 티빙은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내년 4월까지 구독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네이버에게 올해 가장 힘들었던 달을 물으면 아마 5월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 총무성이 라인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이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과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겨주라며 압박한 것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약 20년 간 키워온 라인을 순식간에 잃을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현재는 사태가 잠잠해졌지만, 당시 이사였던 신중호의 사임으로 네이버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네이버가 향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ChatGPT의 등장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AI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애플은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러던 2024년 6월, 더 이상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애플은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사의 AI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AI라는 용어 대신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독자적인 브랜딩을 통해 애플만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애플은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디바이스들과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프라이버시와 보안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는데요. 비록 AI 시장 진출은 다소 늦었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중요시하겠다는 메시지가 통하며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4년 7월 19일, 전 세계가 블루스크린으로 도배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윈도우(OS)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프로그램이 충돌을 일으키며 무한 부팅에 걸리게 된 것인데요. 이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이용하던 기업들은 디지털 업무가 마비되면서 수기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실 IT 대란에서 직접적인 원인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업데이트였지만, 문제가 윈도우 환경에서만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레 모든 시선이 마이크로소프트로 향했습니다. 언론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세우고, 클라우드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와 연결 지어 보도하면서 대중들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안정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다소 억울했던 7월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8월은 티메프 사태를 빼놓고 갈 수 없습니다.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의 정산금을 수개월 간 지급하지 않음이 드러난 것인데요. 사태가 발생하기 전,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 판매하여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이른바 '상품권 깡' 전략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며 결국 탈이 났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큐텐의 무리한 외형 확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큐텐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위시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고 했으나, 취약한 자본 상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이커머스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의 '의도된 적자' 전략이 성공하자 이를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기업들이 생겨났고, 뚜렷한 비전 없이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티몬과 위메프의 정상화는 요원하며, 최근에서야 피해자 구제방안들이 나오는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상황입니다.
앞서 3월의 키워드로 언급했던 AI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 그 해결책이 9월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역시나 OpenAI였는데요. 이들은 'o1'이라는 추론에 특화된 AI 모델을 출시하며 이 분야도 선점했습니다. 이 모델은 '사고의 연쇄(chain-of-thought)' 방식을 통해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며, 특히 과학, 코딩,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ChatGPT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일리야 수츠케버도 힘을 보탰습니다. 학습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AI 학습 방식이 추론으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한 것인데요. 실제로 OpenAI는 'o1'을 공개한 지 3개월 만에 'o3'를 공개하며, 2025년이 추론 AI 모델의 원년이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2024 노벨상은 AI 업계에 특별한 의미를 남겼습니다. 전통적으로 학계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노벨상이 AI 업계 인물들에게 수여된 것인데요. 그것도 한 분야가 아닌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 두 분야에서 동시에 수상하며 AI 기술이 기초 과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류의 지식 발전에 기여하는 근본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앞으로 AI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 기대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2024년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펼쳐졌고, 모두가 알다시피 트럼프가 당선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는 약 2억 달러(약 2,800억 원)를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후원하며 핵심 지지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는데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머크스가 이끄는 사업 영역입니다. 테슬라, 스페이스 X, xAI 등 주로 혁신 기술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그는 트럼프와의 정치적 연대를 통해 향후 정부 정책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특히 거침없는 언행으로 적도 많았던 머스크인 만큼, 그와 관계가 비즈니스 성공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024년의 마지막 달인 12월, AI 업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OpenAI가 지난 3월 처음 선보였던 영상 생성 AI 'SORA'가 드디어 정식 출시된 것인데요. AI가 만든 거라고는, 그리고 짧은 시간에 만든 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퀄리티를 구현해 내며 많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여기에 구글이 'Veo2'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구글이 이처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제품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최대 해상도가 1080p인 SORA에 비해 Veo2는 4k를 지원하고, 더 긴 영상 생성이 가능합니다. 특히 구글은 유튜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메타는 '무비젠'으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런웨이', '피카랩스' 등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어, 2025년에는 영상 생성 AI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2024년 IT 트렌드를 월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는데요. 연말이면 늘 하는 이야기지만,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술로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또 한편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비즈니스가 마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또한, 티빙과 티메프의 사례는 비즈니스계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2025년은 더욱 숨 가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크잇슈는 앞으로도 더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구독자 여러분들께 양질의 정보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도 테크잇슈와 함께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