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큐 Nov 04. 2023

인터뷰하면서 깨달은 '인생을 잘 사는 방법'

'에디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굉장히 다양한 인터뷰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노포에도 브랜딩이 필요하다며 묵묵히 아이디어를 실현한 4대 사장님, 모두가 만류했던 수제 치즈 레스토랑을 성공시킨 셰프님, 남들이 동경할 만한 직장을 그만두고 브루어리를 차린 대표님까지. 이런 분들과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주고받는 인터뷰는 실로 많은 깨달음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티클에 관련된 내용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교훈까지 습득할 때가 많다는 것. 최근에 진행한 인터뷰도 그랬다. 기획안에 적힌 질문들을 마치고 우연히 '인생'을 주제 삼아 대화를 나눴는데 유독 그 답변들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라는 내 질문에 그분은 "스스로 정한 방향과 속도에 맞춰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의미를 되묻자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자신이 정한 방향과 속도에 맞춰 나아가는 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성공한 사람이니까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만나본 인터뷰이들은 성공하기 전부터 그렇게 살아온 분들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현재 자리에 오른 것일 수도 있다.


어느덧 30대를 앞두고 있는 나 또한 가끔 인스타그램을 보면 '30대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다. 우아하게 골프를 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사이드 프로젝트 또는 주식으로 엄청난 성과를 달성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랄까?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인터뷰 이후에 답을 정했다. '그냥 나답게 살자'. 남들이 어떻게 살던 내가 정한 방향과 속도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는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라톤 대회에선 수백 명의 러너가 동일한 코스를 달리는데, 이들 모두 자신의 페이스를 지킨다. 앞사람을 따라잡겠다고 무리하면 쉽게 지치고 부상당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 코너 구간에서 다른 주자들이 체력을 아끼기 위해 인코스만 파고들 때도 답습 필요 없다. 내가 풍경을 보면서 달리고 싶으면 아웃코스로 가면 그만이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해서인지 도전하는 분들을 보면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취업'이 한 예다.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당장 어떤 기업에 소속되지 않으면 남들보다 인생의 다음 스텝이 늦어진다는 인식이 만연했는데 요즘 보면 그렇지도 않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분이 늘었다. 인생의 한 부분인 취업 또한 내 방향과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 늦거나 빠르다는 상대적인 개념 따위 적용되지 않으니까. 10년 차 직장인에서 셰프를 꿈꾸며 요리 유학길에 오른 분, 승진을 앞두고 카페 창업에 도전한 분 등 인터뷰이분들만 봐도 그렇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하겠지만 내 방향과 속도에 맞추겠다는 기조는 지킬 거다.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에디터가 글을 잘 쓰면 전문성이 있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