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그래픽디자이너병 지원하기
그래픽디자이너병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지금, 브런치에 작성하는 첫 글입니다.
간단하게 저를 소개하면 현재 그래픽 디자인 전공 대학생이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있습니다.(프리랜서라는 직함을 달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ㅎ ㅎ)
브런치와의 인연은 참 오래됐습니다. 그간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지하철에서 이동 중에 읽을 책을 두고 왔을 때 브런치를 읽곤 했습니다. 물론 정보도 많이 얻었습니다. 사소한 아이디어부터 프로젝트의 청사진이 될 수 있는 글들까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많은 검색을 합니다. 군 지원을 준비하며 관련 정보들을 검색해봤지만 워낙 알려지지 않은 보직이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매일 도움을 얻었던 브런치를 통해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첫 글을 작성합니다.
1. 그래픽디자이너병, 만만할까?
저는 또래보다 군 지원을 늦게 했습니다. 운 좋게 맡게 된 여러 프로젝트들, 학업에 대한 욕구, 편입학 준비, 학생회 활동 등 갓 스무 살부터 욕심에 가득 차 이런 일 저런 일 벌이고 다니다 보니 어느덧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와 몇몇 친구들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급하게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육군의 그래픽 디자이너병이라는 보직을 발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들어가기 쉬운, 만만한 보직이라 생각하고 별 고민 없이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결과는 1차 탈락. 만만하게 보던 상대에게 지면 이런 느낌일까요. 쉽게 생각했던 과거의 제가 미웠고,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저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우연히 병무청에 들어간 날짜에 발견했던 그래픽 디자이너병이 사실 T.O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매 회차 뽑는 다른 보직과는 달리, 선임이 나가야 후임을 뽑는 그래픽 디자이너병은 합격하기도, 지원하기도 힘든 보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눈에 불을 키고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2020년 2월 말 합격 통보를 받고 4월 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경험을 글로 작성했습니다. 제가 지원했던 회차와는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2. 그래픽 디자이너병은 육군에만 있을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육군 그래픽 디자이너병은 매 회 뽑지 않습니다. 선임이 나가고, 공석이 생길 때만 지원하기 때문에 시기와 일정을 잘 맞추셔야 합니다. 선발 인원은 보통은 1명이지만, 저 같은 경우 공석이 많이 생겨 4명을 선발했습니다.
육군으로 한정하면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군, 공군에서도 관련 특기병을 선발합니다. 해군은 '미디어 홍보병' 공군은 '콘텐츠 제작병'이란 이름으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육군의 경우 영상, 그래픽, 정훈(사진)을 구분해서 선발하지만 군에 따라 영상, 그래픽이 합쳐진 보직으로 선발하기도 합니다. 제가 육군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래픽을 전문으로 다루는 보직이라는 점, 두 번째로는 서울, 대구 대전 등 비교적 가까운 곳에 배치될 가능성이 큰 점등이 있었습니다. 선택할 때 본인의 분야, 거주 위치 등 잘 파악하고 지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육군 그래픽병 준비하기 위해서는?
군대는 건강한 청춘이면 꼭 한 번씩은 다녀와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원하곤 하는데요. 군도 이에 맞춰 지원의 폭을 넓혀두고 선발하고 있습니다.
1차 (서류) : 그래픽 디자인 관련 학과 / 관련 업계 실무 경력 / 대회 및 공모전 수상내역
1차 (기타) : 자기소개서 / 문신 여부 / 고등학교 재학여부 / 고등학교 출석일수
2차 (실기) : 면접 / 실기시험 / 포트폴리오
*2차 과정은 1차의 점수를 제외한다고 합니다. 결국은 1차에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고 해도, 2차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라는 뜻
선발 과정은 위와 같이 진행합니다. 1차 (기타)라고 적힌 부분은 공식적인 배점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제출하거나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니 미리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차 합격은 최종 합격자 수의 500%를 선발합니다. 많아 보이지만 워낙 소수만 선발하기 때문에 빠진 서류는 없는지, 잘못 체크한 것은 없는지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추가로 저 같은 경우에는 1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픽 관련 학과를 나오고, 실무 경험도 있었지만 대회 및 공모전 실적이 없었는데요. 외주 활동만 하다 보니 공모전은 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참가한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가 있어 다시 지원했을 때는 선발 순위 2순위로 합격했습니다.
4. 실기시험과 면접? 그리고 포트폴리오?
대학 입시 모집요강을 방불케 하는 요구사항에 놀란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준비하며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2차에서 치르게 되는 실기시험과 면접, 그리고 포트폴리오입니다. 대학 입시 때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검색 결과나, 선배들이 있어서 준비하기 수월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픽 디자이너병 지원은 골머리를 썩게 했던 녀석입니다.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까지 감이 오지 않아 비헨스나 핀터레스트만 확인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차 평가는 대전에 위치한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합니다. 정훈병과 영상 디자이너병까지 함께 모여서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요. 대전역에서 택시 탑승 후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제가 봤던 시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어, 10시에서 한 시간 앞당긴 9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도착하면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강당으로 모입니다. 간단한 체온검사를 마친 뒤 포트폴리오를 제출과 함께 수험표 등록절차를 진행했습니다. 후에 그래픽 디자인병과 사진병은 실기시험을, 영상병은 면접을 보게 됩니다.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오지 않은 분이 많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접수를 받으시는 분이 면접도 함께 진행하니 유의사항을 꼭 확인하시고 준비해 오 시 길 바랍니다. 시험은 두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문제는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으셔서 올리기는 어렵지만, 보통의 디자인 전공생, 실무자라면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시험이 시작하면 주제가 적힌 종이와 작품을 설명하는 종이를 나눠주시는데, 두 시간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시간 분배를 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문제지는 두고 한 시간 반 동안 점심시간을 갖고 면접실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자유롭게 외부로 이동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길지 않은 시간인 데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어 보여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체할까 봐 반은 남겼던 것 같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면접을 준비하게 됩니다. 아마 아침 일찍부터 전국에서 모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졸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책이나 읽을거리를 들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한 시간 반 뒤에 면접관님이 들어오셔서 차례차례 호명한 뒤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면접시간은 대략 5분 정도로 짧았고, 면접관 한 분만 오셔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관님이 굉장히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별로 긴장하지 않고 본 것 같습니다. 면접 질문은 자기소개, 지원동기 같은 상투적인 질문부터 학교생활 등 기타 생활까지 폭넓게 질문하셨습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병의 면접 정보 역시 찾기 힘들어서 기타 전문특기병(소프트웨어 등) 면접 수기를 바탕으로 준비했는데,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받았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한 답변은 적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 가족관계
2. 지원동기
3.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
4. 존경하는 인물
5. 지원하며 아쉬웠던 점은 없는지
6. 그래픽 디자이너병이 무엇을 하는 직책인지
7. 몇 번째 지원인지
8. 실기 시험은 어렵지 않았는지
대락적으로 위와 같은 질문들이었는데, 태도/안보관/표현 적극성 등으로 나누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사람 됨됨이와 적극성을 위주로 보신 것 같습니다. 모든 면접이 그렇듯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편한 분위기니 긴장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게 준비해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기타
그래픽 디자이너병을 준비하며 뻔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언제나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였습니다. 저는 군대조차 가지 않았는데 제 학번이 화석이 되고 있어서 간절한 마음에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꼼꼼하게 준비한 것 같습니다. 경쟁률도 높고, 준비해야 하는 시간도 긴데, 너무 늦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도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내 전공으로 채우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간절함은 컸지만, 떨어졌다면 다시 준비할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네요. 그나마 수월했던 것은 전공에 대한 욕심이 많아 평소 이것저것 준비했기 때문에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긴장감 외에는 크게 어려웠던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사소한 부분 하나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첫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맨날 도움만 받던 브런치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네요. 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래픽 디자이너병 생활 과정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