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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Nov 30. 2018

두번째 후쿠오카에서 먹은 것들

후쿠오카, '18.11.20(화) ~ '18.11.22(목)



밤낮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새가 없다는 것이 장사꾼의 숙명이라면, 여행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핑계 삼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일이다. 지난 9월에 후쿠오카 공항에서 받은 출입국 도장의 잉크 냄새가 아직 제대로 가시지도 않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우발적으로 몸을 실은 인천공항행 열차는 나를 다시금 후쿠오카에 데려다 놓았다.


근교로 나가 보고 싶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떠나온 것이었다. 즐기고 싶어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행이랍시고 길을 나서긴 했지만 실은 가방 사진이나 잔뜩 찍을 요량이었다. 이 여행 같지 않은 여정의 아쉬움을 달랠 만한 것은 먹을거리밖에 없는 듯했다. 신변잡기스런 서론은 여기까지. 지금부터 본격적인 글의 시작이다. 구글신의 가호와 함께한 지난 후쿠오카 여행의 맛집 리스트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대만 음식점 타카라지마


주소 : 1 Chome-7-20 Meinohamaekiminami, Nishi-ku, Fukuoka-shi

시간 : 11:30 ~ 23:30 (월요일 휴무, 평일 오후 2시 반 ~ 6시까지 재료 준비 시간)



공항선의 서쪽 종점인 메이노하마역 근처에 있는 대만 음식점. 트립 어드바이저에서는 후쿠오카에 있는 21개의 대만 음식점 중 인기 순위로 8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타베로그 기준으로는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곳이다. 다음날의 결전을 앞두고 심기일전을 위해 한 시간가량을 헤맨 끝에 찾아간 곳.



타이페이 출신의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시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밖에 붙은 전광판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대만에서도, 이런 분위기의 가게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기에 대만을 옮겨다 놓은 듯한 내부의 모습이 우선 마음에 든다.



저녁 시간이 지난 탓에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있게 식당의 이모저모를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도 그렇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자랑할 건 아니지만 나는 아직도 카타카나를 읽을 줄 모른다.



면 하나와 돼지고기 호빵을 시켜 놓고 청주 한 잔을 먼저 맞이했다. 400엔이니 얼마나 대단한 맛이겠냐마는 은은한 향이 기분좋게 올라오는 한 잔 덕분에 내일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



어디선가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사모님으로 생각되는 분께서 대학생이냐고 물으셨다.


이 집 장사 잘 하네. 사장님 맥주도 한 잔 주십쇼. 일본어로 물어 보시는 사장님께 중국어로 화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언어 머리가 영 시원찮다. 대학생 아니고 여행중이라고 영어로 말씀 드렸더니 곧바로 유창한 영어가 돌아온다. 이렇게나 세계화의 시대에 앞서 나가는 모습이라니, 길지 않은 대화 속에서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지난 3월에 찾은 대만 타이중에서 우육면을 먹은 적이 있었다. 이런 음식이라면 삼시세끼 중 두끼는 거뜬히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훌륭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일본 땅에서 먹는, 본토 사람이 만든 대만 음식의 맛이 어떨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홍콩, 대만에서 먹어본 것 같은 종류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색깔이 있다. 현지 사람들을 위해서 나름의 변형을 거쳤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것이 한국사람인 내게도 느껴진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짜고 기름진 일본의 라면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곳의 해물이 들어간 국물은 그런 것 없이 깔끔했다. 무엇보다 고명으로 얹어진 계란이 너무나 맛있었는데, 간장에 딱 알맞게 졸여진 사이로 한약재의 향이 슬며시 올라오는 것이 미소를 저절로 짓게 만든다. 별도의 안주로 팔아도 충분히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메뉴판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확인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이미 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샤오롱바오라고 생각을 하고 시킨 것이었지만 그냥 돼지고기 소가 꽉 찬 호빵이다. 교토 가와라마치의 어느 시장 골목에서 먹었던 호빵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두 개에 290엔밖에 하지 않으니 여러명이 가게 된다면 하나쯤 시켜서 맛을 볼 정도로는 충분하다.



'천하일미'니, '미미'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 가며 열변을 토할만큼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경험 삼아 들르기에는 꽤나 괜찮은 곳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청주 한 잔과 생맥주 한 잔, 돼지고기 호빵과 국수 한 그릇을 합쳐서 1,700엔밖에 안 나왔다. 다른 음식들도 궁금해서 한 번 정도는 또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조만간 다시 만납시다.




2. 하카타 돈카츠 카츠테이


주소 : 2 Chome-1-1 Hakata Ekimae, Hakata-ku, Fukuoka-shi

시간 : 11:00 ~ 20:00(일요일 휴무)


일본을 지금까지 열 번 넘게 다녀왔지만 이번에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 일본 현지에서 돈까스를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돈까스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 이해할 수 없이 엉킨 실타래를 풀고 왔다. 이번에 소개할 집은 하카타역 인근에 위치한 '카츠테이'라는 이름의 돈까스집이다.



하카타역 바로 앞 식당들이 즐비한 지하 아케이드 상가에 위치해 있는 카츠테이다. 특별한 것은 전혀 없는 외관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평범한 식당 중 하나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받는 직장인들의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리고 누구보다 정확하고 예리한 그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아오며 긴 시간 살아남은 음식점들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이다. 여기도 그런 까다로운 검증 끝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이다. 3.3을 넘어가는 타베로그 평점만 봐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집이다.



이곳을 찾은 것 역시 우연이었다. 일이 잘 풀린 덕분에 오전에 사진 촬영을 완료할 수 있었고, 마침 하카타역 근처를 배회하던 중이었다. 여느 때처럼 구글 지도의 도움을 받고자 탐색 기능을 실행시켰는데 4.5라는 평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스치는, '나는 일본에서 돈까스를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했다.



식사시간이 약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꽉 찬 가게 안은 젓가락 소리로 북적거리고 부산하다. 주변을 슥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스카츠를 시키는 듯하다. 잘 모를 때는 역시 독창성 없이 가는 게 안전하다. 저도 로스카츠요 사장님. 단 돈 1,000엔. 일단 합리적인 가격 합격이다.



일본에서 먹는 돈까스는 처음이라서 비교 대상이 없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먹어본, 돈까스라고 파는 음식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두 가지 신기한 점이 있는 돈까스였다. 엄지손가락보다 굵게 썰어서 튀겨낸 돈까스는 처음 봤다. 그렇게 두꺼운 고기가 입에서 녹을 수 있구나 하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두 번 넘게 씹을 필요가 없는 마법 같은 돈까스다. 정말 맛있었다. 같이 내어 주시는 장국마저 훌륭했으니, 잘하는 집은 뭘 해도 잘한다.



완전히 싹 비워냈다. 남김없이 비웠다. 카츠테이에서 돈까스를 먹자마자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삼시세끼 돈까스와 함께하는 여행을 떠나야겠다. 당장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현실로 만들고야 말겠다. 여튼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맛을 탐하고 싶다면 카츠테이는 꽤나 괜찮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굳이 찾아갈 필요까지는 없을 듯싶지만 혹시 하카타역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한 번쯤은 찾아가 봐도 좋다.



3. 패밀리 마트


일본 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저녁 식사 시간 이후에도 입이 즐겁다는 것이다. 주변에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해도 편의점을 발견한 순간 당신은 대형마트의 푸드코트를 발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일본의 편의점은 여행자의 입을 현혹시킬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비록 지금은 CU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그 패밀리마트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로손을 추천하지만 나는 로손보다는 패밀리마트가 더 좋다.



댕댕이는 귀엽다. 왜냐면 댕댕이는 귀엽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댕댕이는 더 귀엽다. 왜냐하면 많은 수의 댕댕이는 더 귀엽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보낸 그 어떤 밤도 편의점 출신 주전부리와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숙소와 일터만이 반복되는 와중에 신칸센에 앉아 떨구는 졸음이 낙의 전부인 출장길 와중이라도 말이다. 이날 밤은 두 번째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어떻게 화려하게 장식할까를 고민하다가 무심결에 닿은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패밀리마트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마카로니 샐러드와 함박스테이크, 두 잔의 캔맥주를 모두 합쳐서 999엔. 천 엔도 되지 않는 바람직한 가격이 아주 매력적인 패밀리마트다.



한 팩에 298엔밖에 하지 않는 이 함박 스테이크는 편의점 음식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허물기에 충분하다. 편의점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다년 간 다져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훌륭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단한 고기를 쓴 것도 아닌 것 같고 소스의 맛이 특출난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입으로 향한다. 얼마 되지 않는 칼로리도 장점이다. 한 팩에 정확하게 398kcal, 야식으로 먹기에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치킨에 비하면 선녀도 이런 선녀가 없다. 물론 나는 하루에 15km 정도 걷는 게 일상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열량의 적절함에 대해서는 각자가 판단하는 게 좋을 듯하다.


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구슬함박에서 파는 함박 스테이크와 비견될 만큼 이 녀석이 맛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다. 딱히 먹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자. 일본의 편의점에서 '망했다'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 팩에 2, 3천 원 하는 것을 서너 개쯤 집어 들면 그중에 한두 개는 당신 입맛에 맞는 녀석이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4. 일 포르노 델 미뇽 (IL FORNO DEL MIGNON)


주소 : Hakata station

시간 : 07:00 ~ 23:00 (휴무일에 대한 안내 딱히 없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오이타, 가고시마 등에 지점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큐슈지방의 유명 체인점이 아닐까 싶다. 도저히 이름으로는 정체를 유추할 수 없는 이곳은 바로 빵집. 빵을 판다. 빵. 빵. 빠아아앙. 맛있는 빠아아아아앙. 빵은 언제나 옳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상관없이 반드시 먹어주어야 하는 음식이다. 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빵.



스페인어인지, 프랑스어인지 그 원전은 알 수 없지만, 여튼 빵집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다. 그저 구글신의 4.3에 달하는 평점 하나만을 보고 찾은 곳이기 때문에.


학부 생활, 그리고 첫 직장이자 유일한 직장으로 말미암아 대전에서 생활한 기간이 꽤나 길다. 거진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대전에서 보냈다. 지금은 모두에게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동네에는 맛있는 빵집이 정말 많다. 한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면 쓸데없이 부심의 발로가 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전에서 오래 산 나에게는 빵이 바로 그 방아쇠이며 바로 지금 그 부심을 부려야 할 것 같은 순간이다.


빵 이야기가 나와서 흥분이 과했던 것 같다. 여튼 결론은 대전에는 맛있는 빵집이 많다. 진짜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빵을 보는 눈이 예리하다.



평점만 보고 찾은 이곳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당황스러웠다. 포장마차를 역사 안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처음에는 저 커다란 간판을 앞에 두고 빵집이 어디 있는지를 한참 찾았을 만큼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도 길게 늘어선 줄이 아니었다면 관심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저런 빵을 팔겠지만 잘 나가는 곳은 어디에나 주력 상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일 포르노 델 미뇽'의 주력 상품은 크로아상이다. 어묵과 떡볶이를 팔아야 할 것 같은 조그마한 공간의 점포에서는 꽤나 많은 직원들이 끊임없이 크로아상을 찍어내고 있다. 다른 빵을 팔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별도로 줄이 마련되어 있고, 그 줄은 안타깝게도 파리만 날린다. 아니,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크로아상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설탕이 발린 기본 크로아상과 초코 크로아상, 고구마 크로아상 이렇게 세 종류의 크로아상을 구비하고 있으며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기본 크로아상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듯했다.



네 개에 190엔가량 하였으니 개당 5백 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그리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싼 것도 아니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든 봉지를 풀어헤쳐 본다.



아마도, 오랜 대전생활로 말미암아 높아진 빵에 대한 눈높이를 탓해야 할 것 같다. 나름 10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서 얻어낸 크로아상 이건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걸 왜 기다려서까지 먹어야 하는 것인가 의문부호가 붙어버리고야 말았다. 설탕이 잔뜩 발린 크로아상. 이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어찌 됐건 빵이니 맛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만 크로아상에 기대하는 맛의 최대치라는 것이 있지 않겠는가. 그 한계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당 500원이라는 가격을 상기하도록 하자. 설탕이 잔뜩 발린 크로아상이다. 쫀득한 식감은 마음에 들었다.



5. 스시로 텐진(Sushiro)


주소 : Fukuoka-shi, Chūō-ku, Maizuru, 1 Chome−1−3 リクルート天神ビル1F

시간 : 알 필요 없음(갈 필요가 없기 때문)


굳이 긴 시간을 들여서 이 글에 공을 들인 것은 스시로 텐진 하나를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여러분의 기대치와는 살짝 다른 결론을 낼 것 같기는 한데, 칭찬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심한 유감의 뜻부터 전하고자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초밥집이다. 흔하디 흔한 100엔 초밥집이다. 아마도 딱 한 가지, 이 집의 유일한 칭찬거리다. 저렴한 가격. '백엔 스시'라는 이름을 달고 120엔짜리 초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고 있는 지금 시대에 우직하게 고수하는 100엔이라는 가격은, 적어도 이 가격만큼은 아낌없는 칭찬을 보낼 만하다.



칭찬은 끝났다. 더이상의 칭찬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긴 시간을 들여서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바이럴의 마수에 걸려서 낚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꽤나 많이 침투했다. 하지만 나는 가볼 생각이 없다. 데이는 것은 일본 한 번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대기열은 사정없이 길다. 여덟 시가 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분 넘게 기다렸다.



굳이 사용법을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비효율의 극치다. 주문하고 레일 따라 오는 초밥을 기다리는 시간에 아무거나 집어 먹었으면 이미 맥주 한 잔까지 끝내고 배 두들기면서 이쑤시개로 이빨 쑤시고 있었을 것이다.



이걸 끝으로 더는 먹지 않았다. 김은 말라 비틀어졌고, 레일에서 건져올린 옥수수가 올려진 김말이는 쉰내가 살짝 나는 것 같았고 쓸데없이 만들어 놓은 주문 시스템은 별 도움 되는 것 없이 괜한 기다림만 더하게 만든다. 이곳에 대한 평가는 당시에 남긴 일기를 그대로 옮김으로써 대신하고자 한다.


- 그것만으로도 심신이 지쳤는데 대기열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시로의 초밥은 변변찮았다. 아마 일본에서 처음으로 초밥을 실패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다보니 텐진에서 무로미까지 걸어버렸다. 저녁에 먹은 초밥은 오죽 맛이 없었으면 패밀리마트에서 산 함박스테이크가 더 맛있을 지경이다. 그런걸 줄까지 서서 먹어야하다니, 후쿠오카 사람들이 안쓰럽기까지 할 지경이다.


부디 우연으로라도 이곳을 찾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것만큼 맛없는 음식을 거르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이곳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초밥을 실패했다. 다른 곳이 아니라 일본에서 말이다. 부디 여러분은 '스시로'라는 곳은 잊고 위에 끄적거린 별 것 아니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이 더 맛있는 음식들을 탐하러 가셨으면 좋겠다. 호기심에서라도 이곳에 가서 아까운 돈과 시간을 버리는 분들이 없기를 바란다.




초밥은 잊고, 이 가방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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