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지음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草枕)]는 소설로 쓰였지만, 작가의 예술론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지혜를 내세우면 모가 난다. 정에 휩쓸리면 시류를 탄다. 의지를 꺽지 않으면 구차하다. 아무튼 인간세상은 살기 어렵다.
세상살이는 늘 복잡하고 고단합니다. 삶이 버겁다는 현실 인식에서 예술은 출발합니다.
예술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삶의 난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입니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예술은 풍요와 만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함과 고통의 자각에서 비롯됩니다.
삶의 불안과 모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예술이 됩니다.
“비인정”은 인간적인 감정을 벗어나는 태도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볼 때 얽히고설킨 감정에서 잠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정 속에만 머물면 사물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고통과 분노에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죠.
‘비인정’은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삶을 관찰하는 훈련입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의식적 거리 두기인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네모난 세계에서 상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모서리를 마멸하여 세모 속에 사는 이를 예술가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풀베개]는 "The Three-Cornered World"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예술가는 네모의 세계에서 벗어나 ‘삼각의 세계’에서, 삼각의 꼭짓점에 서서 세상을 관조하는 존재입니다.
예술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제3의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탄생합니다.
예술은 “특별한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창작이란 삶을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입니다.
세모의 세계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모든 현상은 예술이 되고, 그것을 보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