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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Feb 05. 2024

실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세상에서

대체로 인생은 가혹하고 시린 색을 띤다.


행복한 순간은 찰나이며 불행의 흔적은 뾰족한 송곳이 되어 이따금씩 가슴을 찔러 대며 좀처럼 아물지 않는 흉터가 되어 버린다. 어쩜 이리 삶은 부조리 한 걸까. 긴 시간을 행복하고 짧게 불행하고 넉넉히 견딜 만큼 슬플 수는 없는 것인지. 


너무도 힘들고 괴로워 제발 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여겼던 순간들을 과거로 흘려 보내고 이제사 돌아 보니 그건 모두 행복한 순간이었고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 지금의 나를 또 한 번 불행하게 만들고야 만다. 참고 참은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이 순간도 언젠가 도달하게 될 어느 순간에 돌아보면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걸 알고 있는 지금의 나는 현재의 불안과 불행을 그러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아름답다. 계절이 이어지는 찰나의 향기가 그러하고 눈부시게 맑았던 하루의 끝을 알리는 붉은 낙조가 그러하고 또 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이의 전화가 그러하며 아까까지만 해도 떠오르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행복하다 느꼈던 순간들의 기억이 불쑥 생각의 수면위로 떠오를 때 그러하다.  당시엔 더 누리지 못하고 숨죽여 내리 눌렀던 그 벅찬 감동과 행복의 순간들을 현재의 불행에 덧 대어 조금이나마 보람된 하루로 기워 낸다. 한 잔씩 털어내는 술로 하루 내내 달라붙은 불행의 먼지들을 닦아 내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는 머리를 던져 잠을 청하면 그 뿐이다.  또 다시 불행한 오늘은 어제로 흘러가고 그렇게 삶을 부유 하다 보면 시리고 저렸던 이 맘때의 기억들도 겨우 기워낸 행복의 색깔로 변해 있겠지. 


 찬찬히 돌아 보면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 세상에서 어디하여 나는 혼자 불행하려 고군분투 하는가. 사람으로 나서 사람과 부대끼며 진한 사람의 살내음 속에 뭍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할 진데 무엇 때문에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 들어와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한 채 회색의 벽돌을 지어 쌓아내고 있는 것인가. 겨울비가 내린 후의 비릿한 아스팔트 냄새와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의 매연조차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세상 속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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