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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Dec 24. 2018

생각과 나 사이

나와 진짜 나의 경계

  생각이 내가 된다. 내가 생각이 된다.
무엇이 나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내 것 아닌 생각은 늘 완벽하고
교과서적이며 바르다.
 나는 헝클어져 있고 흐트러진 채
마구잡이이다.
혼란을 겪는다.




 생각을 자주 한다. 하다 보면 여러가지 것들이 떠오른다. 그중 한 가지에 집중해 파고든다. 이건 이럴 수도 있었겠군. 아, 이건 그랬던 거구나. 혹시 이건 이렇게 비쳐보였을까?•••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가지 사건을 들춰본다. 혹은 내 무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던 관념들에 대해 평가해본다.


 그러면 보석같은 생각이 번쩍 떠오른다. 너무도 소중하고 빛나고 놀라운 그 생각은, 나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이런 위치의 인간은 이런 생각을 가져야 마땅하지. 이 역할을 맡은 인간은 이런 식의 시도를 해봐야지.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놀랍고 빛나는 생각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계속해서 머무른다. 무엇을 하든 조그맣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말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러한 생각이 '내 것'이 되어 표출된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멈칫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곧잘 의연해진다. 내 경험이 아닌, 내 과거가 아닌, 내 깨달음이 아닌 것이 왜 내 것이 되어 입밖으로 나갔을까?


 보통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다. 그리고 깨달을 수밖에 없다. 인정받고자 하는, 지적이고 깨어 있는 지식인 으로 정의되고자 하는 욕망이 스스로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말이다.


 이 글에도 내 것이 아닌 문장이 섞여 있다. 그걸 알지만 지우지 않는다. 원초적인 본인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알기에 그러지 못한다. 끝내라도 지적 허영을 뽐내야만 족한 것이다. 진정한 나를 끌어안으려면 나는 아직 멀었다, 정말 한참 멀었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청소년지도사로서 마땅히 길러야 할 역량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렇게 떠오른다.


제가 어릴 때 시를 썼었는데요, 여건이 충분치 않다 보니까... 뭐 여기서 여건이란 건 찾아보니 시나 소설과 같은 문예창작은 보통 학원이 잘 없구 과외를 주로 해서...근데 과외비는 평균적으로 어마어마한 가격대고.. 공모전이나 백일장 가면 상이란 상은 예고나 예중 아이들이 쓸어가구.. 그래서 포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거기서 누가 시 쓰게 해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개설해줘서 소개해줬더라면.. 아마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갔겠죠. 청소년지도사의 필요조건이란..이거라고 생각해요.  


ㅡ이런 생각은 시인을 꿈꾸던 시절 그리고 청소년지도사를 꿈꾸던 시절, 추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감상 하나로 그 생각은 원래 내 것이 되어버린다.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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