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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우 Apr 10. 2016

스마트폰 총선

또 다른 대결


1.

 4월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정치계. 문.D.재인은 잠적해버렸고, 무성.D.티치는 옥새전쟁을 치루고 있다. 국정교과서부터 테러방지법, 공천학살 논란까지 난무하는 실로 대정치시대가 열린 것이다. 새로운 정치왕은 누가 될 것인가.


2.

 정치에 총선이 있다면 시장에는 New 스마트폰 발표가 있다. 문제지에 답을 잘못적어 지우개로 대충 지우고 다른 번호를 쓰듯, 각 기업들은 제품 뒤에 숫자 하나 바꾸고 총력을 기울인다. 출시 순서대로 <갤럭시 S7, 엘쥐 G5, 아이폰 7(출시예정)>이 기다리고 있다.


3.

 스마트폰 보급률은 80%를 넘어가고 있고, 스마트폰 공화국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잡스가 승질부려 만든 아이폰이 한반도에 상륙한 이후, 아이스크림폰, 롤리팝 쓰던 한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스마트폰시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으니, "전자제품은 죽기 전에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어느 현자의 가르침이다.


4.

 스마트폰의 가격은 노트북보다도 비싸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2년간 노예계약을 실시 중이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는 2년 정도로 추정(2014). 그런데 기업들은 1년마다 주력제품을 출시하니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더딘 것은 당연하다. 단통법이라는 무시무시한 규제도 한 몫 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

 시장상황은 이토록 바뀌어 가는데, 아직도 잡스가 주입시켜 놓은 미국산 혁신뽕에 취해 더 좋은 스마트폰 만들기, 성능경쟁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런데 사실 소비자의 몇 퍼센트가 스냅드래곤 615니 엑시노스니 하는 것을 알까? 난 10%미만이라고 본다. 스냅드래곤 400이상부터는 카톡과 인터넷을 하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냅드래곤 600이상부터는 쪼끔 사양높은 모바일게임도 돌릴 수 있다. 스냅드래곤 800부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어플을 무리없이 돌릴 수 있다. 이것이 스펙경쟁이 무의미한 이유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스펙을 체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


6.

 반대로 이야기하면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조차 아이폰의 혁신이 뭔지 모른다는 것. 모바일 혁신은 이제 기계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넘어간지 오래다. 그런데 신토불이, 국산애용마케팅이면 80은 먹고들어가는 한반도에서 아이폰유저가 많은 이유는 뭘까?


(1) 애초에 국내제품보다 해외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

(2) 혁신뽕에 취해서. 혹은 잡스교(애플교)신자.

(3) iOS(아이폰 OS)나 아이클라우드같은 독자적인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서.

(4) 카메라가 좋아서(좋다는 인식 때문에)


나는 이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데, 10~20대의 경우 (4)번이 주 구매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실제로 내 친구들 5명이 똑같은 아이폰6를 사용하는데 얘네가 쓰는 건 카톡, SNS, 카메라밖에 없다. 이상하리만큼 카메라=아이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7.

 인식이라는게 정말 무섭다는 것을 느낀건 학교 선배 때문이다. 이 인간은 대표적인 여행족이다. 돈 버는 족족 유럽뽕에 취해 비행기타고 날라가버리는 인간이다. 그런데 이 인간 유럽여행가려고 아이폰으로 폰 바꿨다. 카메라 가져가긴 그렇고, 폰으로 사진찍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단다. 이 때 느꼈다. 안그래도 여행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여행필수품이라는 컨셉은 엄청난 메리트라는 것을.


8.

' 카메라= 아이폰= 여행 '이라는 기적의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에 사실 갤럭시 s6이후로 아이폰은 카메라 평가에서 쳐발리고 있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아이폰이 짱짱맨, 아니 갓갓맨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 삼성입장에선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s7 부터 카메라를 드럽게 강조하고, 광고 컨셉도 '갤럭시 s7과 함께한 여행'이다. 마치 '경제는 보수'라는 인식을 빼앗기 위해 노력하는 더민주를 보는 것 같다.


9.

 하지만 마케팅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엘쥐가 가만히 있을리 없지. G5를 출시해 모듈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라는 양자구도에서 천하삼분지계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마케팅의 황제 엘쥐라면 가능할 것도 싶다. 물론 난 비관적이다.


10.

 하지만 갓메라를 가지신 아이폰 7가 아직 출시를 안 한 시점에서 국내 제조사끼리 싸운들 뭣하겠나. 아이폰7의 카메라가 발전없이 그냥 그대로 출시되어도 SNS에선 #아이폰7 이 넘쳐날 것이 틀림없다. 포지셔닝의 저자 잭트라우트가 말한 " 인식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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