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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Jul 22. 2022

안도현- 파꽃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전라도 익산에 있는 원광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중에 전주에 있는 우석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는 등 경상도 출신으로 전라도에서 지지를 받으며 활동하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이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등의 활동을 하다 1989년 여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을 당한 이력이 있다.

이쯤에서 무언가 비슷한 느낌의 시인 한 명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같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당했던 또 한 명의 시인이 도종환 국회의원이다.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진보 성향의 정치활동을 펴고 있는데 도종환 국회의원이 제도권 진보 성향 문인이라면 안도현 시인은 재야에서 활동하는 진보 성향의 문인이라 할 수 있다.


요즘도 정치적 활동과 문학창작에 열성적이신 시인 안도현 님의 '파꽃'을 감상해 보자.


파꽃


- 안도현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하나 밀어 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미니,


미당 안에 극지(極地)가 아홉 평 있었으므로


아,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그냥 혼자 사무치자


언 기차 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


안도현 시선집 '파꽃' 中


이 짧은 시를 읽으면 한없는 자기희생으로 모질게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 생각에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느껴진다.

설령 내 어머니가 그런 희생으로 나를 키우지 않았다 한들 그저 저 상징과도 같은 그 어머니 상(象)에 개인적 경험은 뒤로하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가지는 집단무의식 속에 그 어머니가 내 마음을 후벼 팜을 어찌 부인할 수 있겠는가?


화자는 마당 저만치 자리 잡은 아홉 평짜리 텃밭에 쪼그려 앉아 파꽃을 바라본다.

통통한 파줄기에 하얗게 피어버린 파꽃을 바라보며 파꽃은 별똥별 같은 자식들을 통통한 파줄기는 그 파꽃을 피우기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희생하여 다리가 퉁퉁 부어 어미니를 떠올린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어렸을 때 텃밭에 파를 키우고 일부는 다음 해에 파종하기 위해 파밭 중 얼마간은 파꽃을 피우게 하고 씨앗을 말려 내년을 기약했기에 나 역시 파꽃을 많이 보며 자랐다.

하지만 그 파줄기 위에 눈 내리듯 하얗게 핀 파꽃을 보며 어머니의 희생을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

아니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안도현 시인은 파꽃을 보다 이 짧은 4행의 시로 우리네 심금을 울리니 우리가 그의 시를 사랑하는 데는 다 이런 연유가 있다는 것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에 '먼 기차 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는 개인적으로 흰 연기를 뿜으며 내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파꽃에 환치하며 오롯이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라며 그 시간의 소중함을 표현함으로써 어머니에 대한 화자의 애틋함을 멋지게 우회적으로 표현하니 그 여운이 가실 줄을 모르는 효과가 절로 난다.


안도현 시인 자신도 1989년부터 2013년 7월까지 10편의 시집을 내면서 그중 62편을 추려 시선집을 내면서 책 제목을 '파꽃'으로 정한 것을 본다면 이 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짧지만 강렬한 감동을 안겨주는 안도현 시인의 '파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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