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증명한 업스테이지
지난 2025년 7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스테이지의 ‘솔라’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시선은 반신반의했습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작년 3월 일본 현지 법인 설립)이 거둔 깜짝 성과 정도로 치부하거나, 글로벌 빅테크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빛나다 사라질 유성처럼 보는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일론 머스크가 자사의 AI인 ‘Grok AI’를 띄우기 위한 소모적입 립서비스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죠.
하지만 연초부터 그들이 보여주는 성과들은 그동안의 의심을 확신으로 돌려세웠습니다. 머스크의 언급 이후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업스테이지는 결과로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구실 LLM의 패러미터 개수의 숫자놀음이 아닌 실제적인 결과로서 국가 사업을 놓고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공식이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체급 차이를 극복한 전략
한국의 정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 정부의 핵심 목표인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AI 시대에 문화적, 언어적 정체성을 보호하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1차 평가 결과가 지난 1월 15일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같은 대기업들은 1차 평가에서 탈락하고 가장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가 1차 평가를 통과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같이 1차 평가를 통과한 LG AI연구원, SK텔레콤 등 이번 프로젝트는 대기업들의 AI 기술력의 각축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업스테이지가 결과를 얻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정부 초기부터 네이버 출신의 핵심 인사를 정부 관료로 파격 임명하는 등 ‘기술 주권’을 국정 과제의 최상단에 배치하고 있는 와중에 얻은 성과이기에 그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최종 선정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스테이지가 보여준 성과는 앞으로 스타트업이 기술력과 사업성이 뒷받침된다면 스타트업이 국가의 주요 인프라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업스테이지가 네이버와 NC처럼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을 제치고 정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업계에서는 크게 2가지 이유로 이번 성공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효율성의 극대화’입니다. 업스테이지는 당연히 대기업과 투자 규모에 있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거대 언어 모델(LLM)이 아닌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소형 언어 모델(sLLM)에 집중하며 비용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도 한국어 특화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 가능성’입니다. 업스테이지는 패러미터 개수와 처리 용량과 같은 성능 지표에 매몰되지 않고 복잡한 차트나 표 안의 표, 스캔 이미지 등을 빠르게 데이터화 하는 Document AI는 물론, 최근 들어 자사 AI 소프트웨어를 워크스테이션급 하드웨어에 접목해서 판매하는 On-Premise(기업 내 로컬 설치형) AI 사업을 시작하는 등 보안 문제로 클라우드 적용이 민감한 정부와 유관기관들에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로서 각광받게 된 것입니다.
상장(IPO)라는 마지막 시험대
물론 업스테이지의 이번 성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컴퓨팅 자원 및 데이터 확보 경쟁에 있어 업스테이지는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국내 2위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을 카카오로부터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2024년 기준 매출 138억의 기업이 연간 운영비만 1,000억~1,5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거대 플랫폼을 품은 것입니다.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에 합법적이고 독점적인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쟁에 있어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업스테이지는 올 해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약 2조~4조원 정도의 몸값은 앞으로 업스테이지가 기업 별로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이른 바 ‘AI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입니다.
TSMC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이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찍어내듯, 업스테이지 또한 한국어 맥락에 최적화된 특수 목적용 AI로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제 업스테이지에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한국형 AI 파운드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 하반기, IPO라는 마침표를 찍게 될 이들의 행보는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권을 지키며 자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의 거센 파고 속에서 업스테이지의 행보가 곧 대한민국 AI 스타트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