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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Aug 18. 2022

어른들의 대화 2

"정리하자"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다 정리되었다.


"차도 명의 바꿔야겠다. 집도 공동명의니깐 이것도 바꿔야겠고, 이번 주에 짐 싸서 나갈게 , 각자 집에는 각자가 이야기하는 걸로 하자 집에 가서 정리 다 끝났다고 말할게"


"이 집 우리 집인데 왜 날줘, 회사는 내가 그만둘게"


우리 부부는 같은 곳에서 일한다.

연애부터 결혼, 출산까지 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기도 한 곳이기에 남이 되기 위해 정리해야 하는  목록에 필수적으로 추가해야 할 부분이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


"마지막으로 묻자, 나 없이 살 수 있어?"


"난 이 물음에 답 못해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내가 어떤 말,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붙잡는 건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결정하면 따를게, 이 문제는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부추기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나 봐"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리하자"


정리하는 시간이 길다는 건 우리 두 사람도 아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숨길 수도 없는 부분이고, 언제까지 주말마다 휴일마다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 하나 명확한 건 법적인 연결고리를 끊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다는걸 이젠 우리 두 사람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연인처럼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님에 우리가 남이 되어가는 과정을, 남이 된 이유를, 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우리가 이제 어른이 되어가나 봐, 쉽지 않네 모든 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과연 정답인지도 이 방법 말고는 진짜 없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내가 아니라면 과연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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