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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새 Jul 21. 2022

권모술수 권민우가 그렇게 잘못했어?

권민우의 마음

요즘 내가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비단 나만 빠지진 않았겠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내 남자친구도, 처음만난 사람들에게도 이 드라마 이야기만하면


우 투더 영 투더 우!! 하면서 대동단결을 하니 말이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우리집엔 티비가 없다. 11시가 되면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기 때문에 남들보다 한템포 늦게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남들보다 한시간정도 늦는다는것이 어렴풋 드라마 주인공과 닮은 듯 하다.


어제는 많은 일들을해서 꽤나 피곤했지만 우영우를 보겠다는 신념으로 졸린눈을 비볐다.


어제의 이야기는 그렇다.

오피셜하게 나온건 아니지만,


태산의 대표인 우영우의 친모, 그리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김밥집을 운영하며 자폐 딸을 열심히 훌륭하게 키워낸 아빠, 그리고 천재 자폐아를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채용한 친모와 아버지 동문의 한바다 대표. 그들의 얽힌 관계를 다룬 이야기였다.


나는 이 드라마를 너무 "드라마"로 써 봤던것 같다.


보통 나는 드라마의 다음 내용이나 대사를 맞추는걸 좋아하고 얼핏 다 맞추는 편인데,

이번 스토리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과 맥락을 짚어내면서 정말 "웰메이드 드라마"구나 싶었었다.


사실 한바다 대표가 우영우를 채용할때 난 당연히 좋은 맘씨를 가진 캐릭터가 우영우를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제 이야기에서 그 진실이 완전히 밝혀졌다.


지독한 라이벌을 이기고싶어 라이벌의 약점이자 비밀인 아픈 딸을 이용했다는것.

그 사실을 알지만 딸의 좌절을 보고싶지 않았던 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감행했다는 것.


이야기는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드라마가 여기까지만 보여줬다면, 나는 이 글을 시작하지도 않았을것이다.


이런 비밀이야기를 하는 상황은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달랐다.



아버지가 대표방을 나오는 모습을 "권민우"와 "우영우"가 보게끔 장치하고

권민우가 우영우를 "그럼그렇지 너 낙하산이구나" 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너무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안도하지않았을까.

그 마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아서.


본인보다 앞선게 맞는데 자폐라는 이유로 그녀를 인정하기를 싫어했던 그는

어쨌든 그녀가 "낙하산"이라는게 기정사실화가 되자


아 내가 진게 아니구나. 역시 넌 나를 이길 수 없지. 라며 안도했을것이다.


인간의 본능을 아주 잘 캐치한게 아닐까 싶다.

난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인데,

우영우를 제외한 두 변호사중 한명이 된다면

솔직히 말해서

봄날의 햇살같은 최수연이 아니라

권모술수 권민우가 됐을 것 같다.


시각적으로 모든게 완성형인 이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은 다들 권민우를 욕하겠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서 권민우라는 사람을 욕할 수 있을까?

최수연 조차도

이미 그녀는 "얘는 도와줘야하는애"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말 이 사회에 그녀를 평등한 구성원이라 생각한다면


그녀에게 물병을 열어주는 것 보다 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돕기보단 기다려주는게 맞지 않을까?


결국, 낙하산으로 취업이 된 사실을 알게된 우영우는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라고 아버지에게 외쳤다.


그 모습이

"이기든 지든 남들과 똑같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항상 계산적이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나보다 잘나고 멋진 사람이 내 아래로 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권민우처럼 말했다.

"그럼 그렇지 뭔가 있었겠지"

알고있다. 멋진 모습이 아니다.

나의 삶에 집중하지 못했다.

외부가 어떻든 나에게 집중하고 좌절을 오롯이 받아들여야했는데, 모든 이유를 내가 아닌곳에서 찾아냈다.


권민우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드라마를 통해서 본 내 모습은 정말 찌질함 그 자체였다.

제발 너의 인생을 살아! 라고 이야기해주고싶었다.

앞으론 그 이야기를 내게 더 자주 해주려고 한다.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스토리가 있겠지."

우린 우영우의 노력과 그사람의 스토리를 알기때문에 권민우가 미워보이지만

권민우는 우영우의 이야기를 모른다. 또 우리는 권민우의 이야기를 모른다.


나의 다음 페이지는 오늘보다 좀 더 나아진 이야기로 채워볼 생각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민우라는 캐릭터가 이 다음 회차부터는 반성좀 하고..?

(어쨌든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

한층 성장하며 건강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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