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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Sep 19. 2023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영화 고령화가족 감상평

 유튜브를 통해서 '고령화가족'이란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개봉 당시부터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군 복무 당시엔 동기 녀석 중 한 명이 이 책을 읽기도 했었다. 당시에 빌려서 보았던 것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던 걸 보니 그 당시에는 책에 대한 임팩트가 없었던 듯싶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금 유튜브를 통해 접하게 되었고 이제야 영화를 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 2주 가까이 브런치에 글도 올리지 않았는데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회복한 코로나 2차 후유증도 있었다면 있었다. 그래서 잠들기 전 딱 영화 한 편 보고 자야지 이랬던 게 결국 이 시간 이 타이밍에 2주가 넘는 단절된 글쓰기에 다시 불을 지피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영화에 대한 감상평과 후기인 만큼 어느 정도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 간략하게나마 줄거리를 소개해주는 게 맞지만 최대한 이번엔 줄거리보다는 내 감상에 더 중점을 두고 적고자 한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실패한 삶을 살아가는 전과자 첫째, 집안 내에서 가장 학력이 높고 기대치가 높았지만 실패한 영화감독 둘째 그리고 막내로서 다 포기하고 살았지만 유일하게 수입원이 있으며 동시에 중학생 딸까지 있는 막내 여동생 이렇게가 모두 엄마의 한 집에서 살아가게 된다. 한정된 공간 속 늘어난 머리수로 인해서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가족애를 찾아가는 그리고 거기서 행복을 얻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영화는 얼핏 들어보면 신파극을 연상시킬 것 같지만 마냥 신파극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신과 함께(눈물과 함께)와 같은 신파극 영화를 극혐 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분명 가족 영화임에도 그 정도의 신파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조금 몰입되던 부분이 바로 첫째인 '오함모'였다. 마치 현재의 나와 실패한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하여 나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조금 울적한 기분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40이 넘는 나이에도 번번한 직장 하나 없이 엄마 치마 속에 숨어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마치 현재의 내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명 극 중에선 그도 어떤 일을 하고는 있음으로(불법인 듯 하지만) 밖에 나가 본인이 술을 사 먹거나 할 정도의 경제력은 갖추었지만 매번 엄마 집에 얹혀살며 밥을 얻어먹는 모습이 마치 내가 연상되었기 때문에 참 영화를 보는 내내 한편으론 마음이 쓰라리기는 했다.


 굳이 그와 내 차이를 꼽아보자면 내가 좀 더 젊은 나이이고 무엇이라도 하고자 노력 중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큰 차이겠지 싶었다.


 



 또 한편으론 과연 나는 내 동생과 저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었다. 사실 우리 형제는 그닥 친한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사이라면 그런 사이가 나았을 텐데 그 이상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근황도 모르고 지금은 홀로 떨어져 살고 있는 동생이 가끔 집에 와도 서로 아는 체도 잘하지 않다 보니 더더욱이 사이는 멀어지고만 있다.

 

 물론 내가 먼저 다가가거나 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내게는 그럴만한 의욕이 없었고 오히려 동생이 가끔 술에 취해서 내게 같이 술 한잔 하자고 말할 때가 있으나 그마저도 별로 신통치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의 형제를 욕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더 흥분해서 난리를 치고 있는 이 세 남매를 보고 있자니 과연 내게도 저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의문이 들었다. 뭐 지금 생각해 보니 나도 참을 것 같지는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 모르는 기분이다.


행복해 보이지만 바로 싸움이 나기도 한다. 그게 가족인 듯하다.

 

 사진처럼 행복한 순간도 있는가 하면 이후에 바로 싸움이 일어나며 가족이란 늘 행복하고 화목한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족은 상시 붙어 있어서 행복한 시기가 있다면 일정 시기가 넘어가서는 항시 붙어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극 특성상 기승전결이 있을 테고 당연히 결말 이후 즉 이제 모든 것이 해후가 된 이후의 에필로그와 같은 장면이었는데 세 남매는 이제 뿔뿔이 흩어졌고 주 화자였던 둘째 '오인모'의 독백으로 내레이션이 읊어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자기한테 허용된 삶을 살아가면 된다. 아무도 기억하진 않겠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주어진 삶이고 역사이다."


  이 부분이 내게는 이렇게 들려왔다.


 '삶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삶에는 수준이란 게 있다'


 앞은 긍정적인 의미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멘트가 효과적 일진 몰라도 해줄 법한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은 시간, 거의 초 단위가 흘러서 든 생각은 뒤에 든 생각이었다. 어차피 찌질한 삶이니 그거라도 살아가라.


 감독의 의도는 전자가 아니겠나 싶지만 어쨌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독자 혹은 시청자가 판단하는 부분 아니겠는가? 지금에 와서는 나에게는 오히려 후자의 의미가 더 강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영화 내에서 이미 콩가루 집안이었던 오 씨 집안은 아무리 봐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정말 '콩가루 집안' 그 자체였으니.

 내게는 그래서 오히려 수준에 맞게 살라는 의미처럼 받아들여졌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곳에서 발버둥 쳐서 살아남을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 '연꽃은 흙탕물에서 핀다', 불가능한 이야긴 아니지만 어렵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이 부분에는 동의한다. 어떠한 삶이든 그 삶은 그 삶 자체로써 가치를 지닌다고.


 그래서 내게는 더 노력하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 부분이어서 이 부분이 어쩔 수 없이 가장 인상 깊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내게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당연 이 순간일 것이다.


 



 영화 자체는 볼만하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 주고 여러 코믹스러운 신들도 많아서 볼거리도 꽤 있는 셈이다. 더불어서 어릴 적부터 내가 가졌던 꿈인 내 자식들 중에는 어둠의 세계 즉 주먹패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욱 강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부분은 영화를 시청해야 이해가 갈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괜찮은 수작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당연하고(믿고 보는 박해일 배우분의 연기) 오히려 아쉬운 부분은 대배우이신 윤여정 배우님의 비중이 크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뭐랄까 스토리 상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나 영화 내에서 화면을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고 해야 할까?


 혹시 볼 사람이 있다면 추천한다. 두 번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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