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한 마디면 충분하다
"쿠팡을 믿고 구매해 주셨는데 좋지 못한 상품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 담당 부서로 전달하여 다른 고객님들의 구매에 불편이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 쿠팡
"평소 오뚜기라면 제품을 애용하여 주시고, 바쁘신 가운데에도 관심을 기울여 귀한 의견을 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며, 잠시나마 고객님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점,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고객님께서 말씀해 주신 귀한 의견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오뚜기
"안녕하세요. 불편사항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전달 주신 의견 운영팀에 전달하여 추후 불편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이크임팩트
"Your account has been restored. Remember you can always contact us ahead of time if you ever run into an issue with an order payment or your seller. We are looking into refunding your payment." - Fiverr
영화 베테랑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사과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을, 그 한 마디를 못해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사과 한 마디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 나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해결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꼬여있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쿠팡을 사용하면서 간혹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봤어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부재중인 경우에도 배송을 완료한 후 사진과 함께 문자를 남기는 법을 잊지 않으며, 문제가 생겨서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는 경우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응대한다. 최근에 쿠팡에서 주문한 제품에 이상이 생겨 고객센터에 문의를 한 일이 있었다. 교환을 하기에도 환불을 받기에도 애매하여, 제조사에 이런 이슈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 직원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리 제조사의 문제 더라도,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쿠팡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들을 믿고 구매를 했는데, 이런 불편이 생겨 정말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직원은 수화기 건너편에서 허리를 깊이 숙여 나에게 사과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의 사과를 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나의 불편했던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나는 그들의 태도에 감탄했다.
오뚜기 진짬뽕이 나왔을 때, 열광하는 사람들 속에 나 역시 같이 끼어있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오뚜기 진짬뽕을 한 번 먹어보라며 권유할 정도였다. 캐리어 속에 진짬뽕 2개와 짜장라면 2개를 챙겨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 봉지를 뜯었는데, 스프가 들어있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히 들어있어야 할 스프가 들어있지 않아 무척 당황스러웠다. 결국, 생라면을 먹으면서 고객센터에 글을 올렸다.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나는 오뚜기 고객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나 죄송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공장 측에 해당 이슈에 대해서 전달하였으며 다음부터는 더 주의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주소를 확인하고는 며칠 뒤에 진짬뽕을 집으로 보내주었다. 품질관리실 고객상담실장의 직인이 찍혀있는 편지도 함께 동봉되어왔다. 사실, 그렇게 많은 라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스프 하나가 빠졌다는 게 나로서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이 그런 불편을 겪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재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나는 진짬뽕보다 더 진했던 오뚜기 고객센터의 성실함에 대해서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 2016'에 참석하기 위해 경희대 평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평화의 전당을 향하는 길은 평화를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3일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첫째 날에 티켓팅을 하기 위해 줄을 섰을 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행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더디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좌석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느 자리를 고를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좌석이 결정되었을 때 관계자는 수기로 티켓팅에 좌석 이름을 기재하고 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번 같은 설명을 하느라 줄은 줄어들 줄 몰랐다. 정체되어있던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듯 나와서 강연장에 들어갔는데, 중복 티켓을 발행하는 바람에 자리를 옮겨야 했다. 또한, 강연장이 추워 여기저기서 민원이 쏟아졌다. 행사를 주최한 마이크임팩트는 한국의 새로운 강연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워낙에 예전부터 기업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불편사항들이 생겼고, 나는 불편사항을 정리하여 마이크임팩트에 전달하였다. 그들은 앞서 언급한 두 기업과 마찬가지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개선된 모습 또한 보여주었다.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는, 관객들이 스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요구는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정중했고 성실했다.
번역 작업을 맡기기 위해 Fiverr에서 Paypal로 결제를 했는데,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불처리를 받아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두 군데 모두 환불 요청 메일을 발송하였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돈을 허공에다가 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열심히 영어로 환불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Fiverr에서는 매매 코드를 알려주면 해결이 가능하다며, 확인해 줄 수 있겠냐는 답신을 보내주었다. 결론적으로는 Paypal을 통해서 간단하게 환불처리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Paypal과 연락이 되지 않는 사이에 Fiverr 고객센터 담당자와 나는 총 34개의 메일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최종적으로 환불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메일을 보내주어 나를 안심시켜 주었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준 덕분에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위의 네 가지 사례는 클레임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자세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그들은 사과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개선할 점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았다. 한 명의 직원이 여러 고객들의 클레임을 처리하면서 늘 성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직원도 기업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고객의 불편과 불만을 작게 보지 않을 때, 고객 역시 기업을 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과할 줄 알았다.
사과 한 마디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