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이 된다는 것

공자가 말한 이립에 대해 생각해보다

by 웅사이다

20대에 여러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칠 때 공자님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감명 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공자님이 인생을 이야기하며 나이마다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흔히 아는 '불혹'이라는 단어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40살이 되면 유혹이 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시에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40대는 너무 먼 이야기고 10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30살 부분을 주의 깊게 봤다. 공자님은 30살을 '이립'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찾아보니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뜻을 세우고, 모든 것의 기초를 놓는다"라는 늬앙스였다.

photo-1441716844725-09cedc13a4e7?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멋진 사진이어서 넣어봤다..

나는 이 말을 보고 특히나 스스로의 뜻을 세운다 혹은 갈 길을 정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20대에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를 지나면서 가까운 미래인 30살의 내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30살이 됐을 때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정하고 앞으로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걸어가는 마음을 가진 상태이지 않을까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공자님 뿐만 아니라 예수님, 부처님 모두 30살 즈음에 뜻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던 것이 생각나며 30살이라는 나이가 나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고 인생 전체에서 정말 큰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 일 전, 31살의 생일을 맞이하며 진정으로 30년을 세상에서 살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이립'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30살이 된 나의 모습은 20대에 공자님에 대한 책을 읽던 모습과 어떻게 다를까? 정말 나는 앞으로 갈 길을 깨달았으며 진정으로 스스로 설 수 있는 '내'가 된 것일까? 여전히 혼란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며 어떤 길을 갈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내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과거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과거의 내가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적어도 자신의 모습에 실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성찰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나를 위해서도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진정한 자립이란 무엇일까? 한 사람이 진정으로 스스로 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독립이란,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을 해보니 그건 자립의 일부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에는 부모님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 되었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할 때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나의 말이 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동료와 상사의 인정의 나의 행동을 결정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이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나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나의 행동의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내 의견을 말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지 실제로 나만의 생각, 독립성을 가진 목소리를 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내 생각이었는지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녹아들어있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나의 꿈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처럼, 지금 나의 목소리 또한 나의 목소리가 아닐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photo-1520127877998-122c33e8eb38?ixlib=rb-1.2.1&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auto=format&fit=crop&w=1000&q=80 항상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다


공자가 정말 어떤 뜻으로 '이립'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갈 길을 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반드시 많은 역경과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그 때, 정말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었고 스스로가 자신의 기반 위에 서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거가 비판하거나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은 "내 자신"이고, 그 선택한 것의 결과 또한 온전히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내가 해석하는 '이립'이다. 그러한 나의 모습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한 나의 목소리가 호감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싸워야 하는 대상은 떠돌아다니는 누군가의 생각들이다. 내 생각에게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이 바로 나의 이름이 되는 것이 독립적이 되는 것이 아닐까.

독립적이 된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는 것은 미래에 가능한 다른 모든 길을 포기하고 수많은 가능한 인생 중이 그 길 위에서 펼쳐질 인생을 살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포기해버린 인생이 더 행복하면 어떡하지? '온전한 나'로서 선택한 이 길이 공격받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힐 수 있다. 두려움은 오지 않는 것으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지 않은 수많은 길들이 나를 공포에 몰아넣고 괴롭힐 수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과정을 겪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photo-1592905922256-2975de24e9b3?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선택을 한다면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던 20대에는 이런 것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누군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수많은 시간동안 흔들렸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내가 정말 나만의 길을 알아낸다는 것은 수많은 길을 선택해보고 넘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30살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진정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공자가 30살에 '이립'을 이야기했던 것은 두려움을 이기고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선택하고 그 길을 가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늦게 그 단계에 도달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의 길을 한 번 선택해보고 걸어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30살이 된 나는 10년 후의 나에게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 때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지금의 나에게 해줄 수 있을까? '이립'의 자리에서 발걸음을 뗀 내가 '불혹'의 언덕에 오른 나에게 대화를 걸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의 나는 30살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던 나를 토닥이며 너가 그런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며 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