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집을 하나 배정받았다
해가 길어서
며칠은 뜬 눈으로 보냈다
엄마는 새 청소기를 사면
사용법을 익히느라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고장을 낸다
빛이 온몸을 감싸는 동안
이 마을에선
창문을 막을
커튼을 살 수 없고
창문을 검게 칠할 수 없었다
빛은 천천히 나를 흡수하고
내가 스스로 빛날 수 있을 때
배가 뚱뚱한 물고기 떼가
집을 하나씩 부수기 시작한다
밝은 색에서 멀어지는
검고 어두운
색을 잃은 달을
토해내고
검붉은 피로 하늘을 채우고
해를 삼켰다
밝은 것을 모조리 삼켰다
검붉은 것을 몸에 바르고
낮과 멀어지는 쪽으로
검은 파동이 요동치고
나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