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라라랜드(La La Land)

나만의 가치

by 작가 정용하

[영화리뷰] 라라랜드(La La Land)


나만의 가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라라랜드>를 보고 어떤 심상을 떠올렸을까. 아마 지난날의 연애 경험을 떠올리거나, 혹은 영화관에 함께 온 연인의 손을 깍지 끼면서, 이 영화를 애틋한 멜로 영화라 일컫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혼자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보았고, 양 옆을 차지한 연인들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양 옆의 연인들의 스킨십 또한 짙어져갔다. 물론,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피해망상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의식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아무튼 내가 집중해서 본 부분은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계가 아니었다. 그 둘의 관계를 각각으로 쪼개 세바스찬만의 모습, 그리고 미아만의 모습을 보려 노력했다. 세바스찬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미아는 또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나는 그 부분에 주목을 했다. 과연 내가 그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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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바스찬, 그리고 미아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지키려 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또 어떤 것들을 두려워하는지, 현실과 이상은 어떻게 부딪히고 있는지.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것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세바스찬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똥고집’이라 부를 만한 고집이 있고, 자존심이 세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명령하거나 제의하는 것을 하대한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존심을 높일 만한 실력의 소유자이며, 자신만의 미래적 가치가 명확하고 확실하다. 또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언젠가 이뤄낼 수 있다 강한 확신에 차 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자신만의 가치와 비전을 알아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을 찾는다. 세바스찬 자신도 상대방의 그것을 얼마든지 이해해줄 수 있다 자신한다. 그렇게 미아를 만났고 그녀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미아도 꿈이 있었다. 그녀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서로의 방향은 달랐다. 그것은 세바스찬이 이해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세바스찬도, 미아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섰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맞이한다. 아마 세바스찬은 거기까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다른 방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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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도 세바스찬과 통하는 게 많듯, 상당 부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루고 싶은 꿈이 확고했고,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미아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두려워했고 그들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다소 자신이 없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예단했다. 세바스찬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고 존중받길 원했지만, 자신의 꿈을 강하게 밀어붙일 의지는 다소 부족했다. 아마 미아는 불안한 자신을 지켜주고 옆에서 응원해줄 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세바스찬이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컨대, 마지막 장면에 세바스찬의 클럽을 우연히 방문한 미아가 한 곡만 듣고 자리를 뜬 이유는, 추억은 추억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에 자리 잡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에 반해 세바스찬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영영 만나지 못할 거란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5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미아를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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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바스찬의 미래에 대한 강한 확신, 또 미아의 타인에 대한 과한 의식, 두 가지의 모습을 전부 가지고 있다. 나의 글도 마찬가지다. 인간 본연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인간관계의 고민 같은 것을 털어놓는 것이 사람들에게 그다지 흥미 있고, 유익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괜히 나의 글을 보았다가 자신도 불안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본연의 감정을 꺼내주고, 나의 글이 거울이 되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겪는 사람은 심각한 불안에 노출될 수 있다. 당연히 그것을 본능적으로 꺼려할 수 있다. 세바스찬도 재즈에 대한 사랑이 이와 비슷했다. 시대에 뒤처지고, 사람들의 호응이 크지 않다 여겼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거란 종교에 가까운 확신이 있었다. 아직 나의 능력은 정말 비루하고 부족하지만 나에게도 그러한 믿음이 있다. 사람마다 누구나 안고 있는 그 특별함을 꺼내주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쓸 것이다. 그 특별함은 결코 특별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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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를 로맨스·멜로 영화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가치는 그 이상의 것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남녀 간의 사랑을 저평가 하는 건 아니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가치는 어떠한 신념이었을 것이고,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깨달을 수 있는 특정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 메시지는 나처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평소에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영화의 메시지를 다르게 읽었을 것이다. 그 무엇도 좋다. 영화 라라랜드는 그런 여러 생각을 해보기에 충분히 좋은 영화이기에.


2017.02.13.

작가 정용하

[영화리뷰] 라라랜드(La La Land), '나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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