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라는 학문을 접하고 공부한 지, 13년이다. 나는 작업치료사이다.
현재 치료보다는 미래의 작업치료사들을 매일 보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이 20살 대학 새내기에서 졸업하는 그날까지 모든 과정과 졸업 후의 근황도 확인한다.
행운이라면 행운일지 모른다. 작업치료를 공부하고, 작업치료를 가르치는 나의 모습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작업치료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하필 작업치료일까? 작업이 무엇인가? 나는 왜 작업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며, 왜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학문을 공부하는 것인가? 13년 동안 아직 풀지 못한 답이다.
해답을 찾기 위해 나는 브런치 매거진에 작업치료에 대한 정보를 서술하고, 나의 주 작업이 된 작업치료, 작업치료사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작업치료, 작업치료사라고 검색을 한다면, 이 직업이 대략 어떠한 직업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작업치료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증이 발급되는 의료기사이다. 우리는 흔히 재활, 재활치료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치료라는 단어는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 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게 작업치료사는 한국 의료법상 재활의학과 의사 지시하 작업치료를 할 수 있다.
그럼, 병원 말고는 작업치료를 할 수 없단 말인가? 그렇진 않다. 실제 많은 작업치료사들이 병원이 아닌 기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업무의 범위는 다를 수 있음) 이 사실을 다르게 설명한다면, 병원이 아닌 여러 기관 및 환경에서 작업치료를 시행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에 멀리 있는 직업이 아닌,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나무 위키에서 작업치료사를 검색해본다면 다소 현실적으로 작업치료사에 대해 설명해 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작업치료, Occupational Thrapy
작업치료사, Occupational Thrapist
작업을 치료하는 사람이 작업치료사이다.
여기서 작업이란, 개인이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행동부터 활동을 말한다. 이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A라는 활동이 B에게는 작업이고, C에게는 일반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
작업 = 활동이 될 수 있지만, 여기에 [의미 있는] 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가치관과 성향, 성격 등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회활동 중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 사람과는 다르다. 나와는 다른 면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던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나와 다른 면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개성이 가득한 현실사회에서는 개인에게 의미 있는 목적과 작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의미있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클라이언트(환자)와 작업치료사
나의 남편의 하루 일상을 보며, 의미 있는 작업을 찾아보려고 한다. 남편은 매일 출근 준비 전, 혹은 준비 중, 출근하려던 찰나,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곤 한다.(평균 일주일 6번)
연애기간 동안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패턴이기에 결혼 초기 이해할 수 없는 점 중에 하나였다.
나에게 화장실 가기는 생리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활동 중에 하나이다. 그냥 아무 의미 없는 활동 중에 하나 화장실 가기이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빠르게 볼일을 보고 나온다.
남편에게 화장실 가기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아침 화장실 가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언제부터 의식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나를 만나기 전 수년 전부터 해왔던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고 나오지만, 남편은 화장실에서 육아로 인해 보지 못한 지구 건너편 밤새 시행한 각종 스포츠 결과를 확인하고, 평소 즐겨보는 웹툰을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혼자만의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남편에게 이렇게 큰 의미 있는 작업을 현재는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6살 아들과 4살의 딸은 아침 수없이 아빠를 찾는다. 내가 1교시 수업으로 일찍 출근까지 하는 날이면, 의미 있는 작업은 사치인 것이다. 이것 또한, 평생 가지는 않을 테니, 하루빨리, 온전히 의미 있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을 그날이 오기를 응원한다.
의미있는 작업이 다른 나와 나의남편(2013년 웨딩촬영)
의미 있는 작업에 대해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하셨다면, 다음은 이 작업을 어떻게 작업치료사가 치료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작업치료에는 클라이언트(환자) 중심 치료라는 말이 있다.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통해 스스로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된다면, 개인의 의미 있는 작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를 입기도 한다면, 이러한 화장실 가기 활동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작업치료사는 바로 의미 있는 작업과 활동을 장애 등의 이유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클라이언트(환자)에게 의미 있는 작업과 활동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능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협력자이다.
그래서 작업치료사는 환자 개인의 신체만 보고 치료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환자의 개인적인 요소와 환경과 배경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며, 그것을 효율적으로 해석하고 중재(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작업치료에는 육체적(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활동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이유다.
나의 남편과 내가 똑같은 질병에 같은 기능 수준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A라는 치료사에게 작업치료를 받는다면, 이 A라는 작업치료사는 나의 남편과 나에게 같은 내용의 치료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치료 내용이 의미하는 바와 치료의 최종 목표는 다를 것이다.
나는 이것이 작업치료의 최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증상과 질환에 따라 시행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치료사가 그 환자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해석하여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한다는 것. 매력적이지 않는가?
그래서 작업치료사로서 꼭 지녀야 하는 덕목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타인의 배려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나에게도 이러한 타인의 배려와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이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이런 사항은 작업치료사만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