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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운진 Jul 20. 2018

파타고니아가 옷 대신 연어를 파는 이유

TRANSFORMATION ECONOMY란 무엇인가

이 글의 구성

- 이 연어를 사지 마세요?

- 제품에서 서비스, 서비스에서 경험, 그다음은?

- TRANSFORMATION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의 철학에 무엇이 담겼을까?


*광고와 무관하게 작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글입니다.


이 연어를 사지 마세요?

출처. 파타고니아 프로비전 스크린샷

 등산장비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서 시작된 파타고니아는 노스페이스에 이어 미국 2위 아웃도어 브랜드다. 등산장비는 물론 서핑, 클라이밍까지 다양한 스포츠 의류를 판매한다. 이런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6년부터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rovision)이라는 이름으로 식품산업을 확장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은 가벼운 시리얼부터 맥주와 연어까지 여러 식품을 취급한다. 아웃도어 의류업체가 식품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한 점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이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캠페인이다. 바로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11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시작됐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이튿날로, 미국에서 연중 소비가 가장 많은 날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때쯤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로 캠페인을 진행한 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최고의 옷을 만드는 이유는 
오랫동안 옷을 입어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븐 쉬나드 회장이 남겼던 말이다. 제 아무리 환경파괴를 줄이면서 제조했다 하더라도, 환경파괴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즉, 파타고니아는 저 캠페인을 비롯한 모든 캠페인에서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소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왔다. 자연을 사랑한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스토리와 캠페인은 정말 많다.

오른쪽은 파타고니아의 개량품종인 켄자

 파타고니아 프로비전도 마찬가지다. 훈제 연어 제품의 경우 전문가가 적정 수확량을 정하고, 이에 맞춰 지역민이 직접 연어를 잡는다고 알려져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 연어를 구매해 가공하여 판매한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캔자스 지역의 비영리 단체가 품종개량으로 만든 켄자(kernza)와 유기농 보리 등을 혼합해 제조한다. 켄자는 보듯이 뿌리가 굉장히 길다. 뿌리가 길수록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한다고 한다. 게다가 다년생 작물로, 매년 땅을 파헤칠 필요가 없어 표토의 유실도 적다. 이 밖에도 투여되는 노동량이 적다는 점도 있다. 이처럼 프로비전의 식품들은 지금까지 옷처럼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제조됐다. 그렇다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가 식품을 판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에서 서비스, 서비스에서 경험, 그다음은?


 그 답은 파인과 길모어(Pine & Gilmore)가 제시한 경제적 가치 변화모델(The Progression Economic Value)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적 가치 변화 모델은 차별화, 가격, 소비자의 욕구라는 3가지 기준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변화과정을 살펴보는 모델이다. 

 파인과 길모어는 크게 다섯 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1. 잉여물 : Extract Commodities는 농경사회의 물물교환을 떠올리면 쉽다.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잉여생산물을 가지고 거래했다. 따라서 소비자의 욕구를 고려하지도, 차별화를 하지도 않았다. 어떠한 가공도 없는 원재료를 팔았기 때문에 가격도 낮았다.
2. 제품 : Make Goods는 산업사회에 해당한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니즈를 표준화하고 이에 맞춰 생산했다. 소품종 대량생산이었지만 원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가격은 조금 올랐다.
3. 서비스 : Deliver Services는 세 가지 기준 중 소비자의 욕구와 관련이 깊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경우에 따라선 개인 맞춤 상품을 제공한다. 때문에 가격은 물론 차별화, 소비자의 욕구 반영 모두 증가했다. 또 다품종 소량생산, 맞춤 생산이기에 가격도 높다.
4. 경험 : Stage Experience는 최근 소비행태에 가깝다. 제품과 서비스라는 유무형의 형식을 넘어, 생산물을 제공받는 순간의 욕구 충족과 감정이 중요시되는 시점이다. 즉,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서비스가 사용되는 전체적인 맥락의 경험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제품/서비스 단계에서 최고의 소비행위는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나만의 경험이라는 맥락 속에서 여행이 각광받는다.

  마지막 Guide Transformation은 경험 다음의 시대를 뜻한다. 이 단계에서 중시되는 건,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이다. 쉽게 소비자 본인을 상징하는 생산물 혹은 보다 나은 삶을 약속하는 생산물에 대한 욕구다. 제품이나 서비스처럼 특정 유무형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즉, Transformation 시대에 중요한 건 제품/서비스/경험에 담긴 그 브랜드만의 철학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파타고니아를 이 모델에 적용해보자.

보다 나은 삶과 자아실현을 위한 브랜드 철학에 대한 욕구다

 아웃도어 의류를 제조하는 파타고니아가 식품으로 다각화한 이유와 다각화가 연착륙한 이유는 모두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 덕분이다. 파타고니아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짜임새가 좋은 반팔 티셔츠나 바람막이, 점퍼처럼 질 좋은 의류만 판 게 아니다. 그 속에 담긴 그들의 철학을 팔았다. 때문에 제품 혹은 서비스처럼 특정 유형과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파나고니아의 열렬한 팬덤은 아웃도어 의류 이전에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사실 이런 확장은 파타고니아뿐이 아니다. DIY 가구업체로 알려진 이케아는 SPACE10이라는 산하 혁신조직을 중심으로, 벌레로 만든 버거를 상품화하려 한다. '이것이 좋다'가 아닌 '이래서 좋다'로 브랜드가 없는 게 브랜드인 무지도 최근 신선식품으로 발을 넓혔다. 이처럼 브랜드 철학이 있는 브랜드들은 산업 간 혹은 카테고리 간 경계를 허문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 브랜들의 철학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TRANSFORMATION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의 철학에 무엇이 담겼을까?


 파타고니아, 이케아, 무지. TRANSFORMATION 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들의 철학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로 알아보자.


이성과 감정 모두를 만족시키는 감성적 가치
이기심보단 이타심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을 꿈꾸는 분명한 지향점


1. 소비자의 사용 느낌을 강조하는 감정적 가치와 제품/서비스의 기능을 강조하는 이성적 가치를 결합한 감성적 가치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한다


 감성은 감정과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뜻한다. 반면 감성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다. 즉 감성은 제품/서비스로 경험하는 감정과 그 감정을 불러온 제품/서비스의 기능 모두를 인지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감성적인 브랜드다. 욕구가 이미지화됐다고 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파타고니아 해시태그 횟수는 8만 4천 회 이상이다. 재밌는 건 스크린샷에서 보듯이 아웃도어 의류로 파타고니아를 사용하기보단, 시각으로 감정적인 만족을 주는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감정적 만족을 가져다주는 파타고니아의 옷은 친환경적인 소재, 뛰어난 내구성, 높은 완성도라는 옷 자체의 기능적 혜택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TRANSFORMAION시대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2. 이기심보단 이타심으로, 모두를 위한 이타적인 브랜드


 친환경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앞서 봤듯이 자연과 관련된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끈 건, 신 지역주의다. 지금까지 지역주의라고 하면, 님비(NIMBY)나 핌피(PIMFY)처럼 지역민의 이기심과 관련된 현상뿐이었다. 반면 파타고니아가 외치는 신지역주의는 이기심보단 이타심을 상징한다. 우리 모두 각자 지역의 지역민이며 나아가 세계인이기에, 모두가 긴밀히 노력해 자연과 세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게 바로 신지역주의다. 그 밖에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보호 활동을 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나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자세도 이들 브랜드가 가진 공통점이다.


3. 핵심은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을 위한 transformation 


 결국 앞선 모든 것들은 하나로 귀결돼야 한다. 바로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이다. 순간의 만족이나 욕구의 충족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의 욕구는 영속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추구하는 욕구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다. 더욱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스스로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다. transformation 시대를 이끄는 브랜드들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이 답은 정답이 아닌 해답이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위 3가지 공통점을 토대로 이뤄진 브랜드 철학은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안하고,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자신의 물음에 답이 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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