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
필리핀 세부에 다녀왔다. 무얼 입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3일 내내 같은 수영복만 입고 지냈다. 아셀이의 옷도 때마다 갈아입힐 필요가 없었다. 모래가 묻어도, 주스를 쏟아도 모두 털어내고 물로 씻어내면 됐으니까.
아셀이와 무얼 하고 놀까 고민도 필요 없었다. 물과 모래, 그리고 모래 위에 차려진 작은 놀이터, 이거면 충분했다.
높고 깨끗한 하늘, 푸르른 바다, 잔잔한 파도 소리, 하얀 빛의 모래, 초록의 높은 나무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행복한 표정과 소리, 또 이 모든 걸 감싸는 평온한 공기.
이 모든 것은 그 어떤 여행지의 건축물이나 유적지, 박물관보다 아름다워 나의 눈과 가슴에 깊에 스며들었고, 또 그래서 매일 같은 곳에서의 낮은 결코 지루할 틈 없이 차고 넘치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