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닮은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Phum Viphurit
다섯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품 비푸릿Phum Viphrit이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이 사람은 태국에서 태어났고 뉴질랜드에서 자랐다고 한다. 나에겐 다소 특이한 국적이었지만 이 사람의 목소리는 어딘지 익숙했다. 흔한 목소리라는 뜻이 아니다. 아주 예전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두인디DoIndie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품 비푸릿은 자신의 노래를 "부드러움, 노랑 그리고 청춘"이라는 말로 소개했다.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소개말은 없을 것이다. 품 비푸릿의 목소리는 봄에 가장 잘 어울리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앨범의 색도 노랑이다. (시간이 된다면 인터뷰도 꼭 읽어주시길. 두인디는 인디 아티스트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웹진으로, 이런 인터뷰를 자주 진행한다. 전문 웹진인만큼 대부분의 인터뷰가 아티스트 위주의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품 비푸릿의 노래를 처음 들은 곳은 유튜브였다. 내한을 온 밴드가 EBS Space 공감에서 노래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품 비푸릿이 그 경우였다. 품 비푸릿의 내한 경력은 상당히 특이하다. 단독 공연 이외에도 앞서 이야기한 EBS Space 공감, DMZ 피스트레인, 홍대 앞 라이브 클럽데이까지. 품 비푸릿의 주 활동 무대가 태국 방콕이니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만약 북미에서 활동했다면 머나먼 대한민국까지 와 주는 일은 흔치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처음 들은 노래가 바로 <Lover Boy>였다. 라이브 무대를 보고 홀린 듯 다른 영상을 찾아봤다.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Young and Wild'.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배우의 티셔츠에 박힌 글자처럼, 모든 순간이 순수하게 한눈에 사랑에 빠진 사람을 닮아있었다.
품 비푸릿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목소리와 발랄한 멜로디이다. 필름 카메라의 빛바랜 색감을 가져온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매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듯한 여자아이와 그 뒤를 쫓아가는 사랑에 빠진 남자아이. 청춘영화의 한 장면을 가져온 것만 같았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다면 조금 많이 무서울지도. 실제로 댓글에서는 "현실에서 여자애한테 이걸 시도해 봤는데, 잡혀 들어갔다."라는 반응이 있었다.)
교생 실습을 하던 친구가 "어린애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서 좋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품 비푸릿의 노래가 정말 딱, 그런 '순수함'을 담고 있었다. 아무런 조건도, 상황도 없이 '순수하고 솔직하게' 어떠한 감정을 노래 안에 담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부드러움, 노랑, 그리고 청춘.
이 세 단어만큼 흔한 말도 없다. 그리고 그만큼 환상적인 말도 없다. 청춘과 순수함이 모자란 때에는 품 비푸릿의 <Lover Boy>, <Long Gone>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첫 싱글 발매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아티스트라 노래가 얼마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