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 탄자니아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 김동진 작곡, 이은상 작시
가곡 ‘가고파’의 배경인 남쪽 바다는 내 고향 마산이다. 고등학교 시절 급식을 먹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러 교실로 향할 때면 붉은 만(灣)으로 잠기는 노을이 액자처럼 걸려 있었다. 나에게 일몰의 잔상(殘像)이란 산등성이 사이로 해가 고개를 가누는 풍경이라기보다는 잔물결이 이는 수평선에 발간 물감이 녹아내리는 장면에 가깝다. 지금도 바다든 계곡이든 물만 보면 신이 나 뛰어든다. 대여섯 살부터 수영 강습을 들었고 주말마다 온 가족이 수영장 나들이를 했을 정도로 물과 친숙하기 때문이다. 유년의 물살을 제외하면 추억거리가 반토막이 날 만큼 수면은 나에게 익숙한 감각이다.
그러다 객지로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자 단단한 뭍이 흔들리는 파도를 대신했다. 여름을 맞아 몸을 담가도 예전의 몸짓이 아니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는 뻣뻣해지고 헛발질을 반복해 물을 먹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유영하던 어린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싫증이 나거나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애매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하면 어색해진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방을 물로 메우기로 결정한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첫 번째 도전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기가 되겠다.
전 세계에는 다이빙 명소가 여럿 있다. 그중 내가 택한 곳은 탄자니아다. 탄자니아는 본토 대륙인 탕가니카와 인도양 연안의 잔지바르 섬을 합쳐 만든 국가이다. 분명 한 나라이지만 대륙과 섬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토양은 확연히 다르다. 탕가니카는 사자와 버펄로, 치타가 뛰노는 세렝게티 초원과 하얀 지붕을 가진 킬리만자로산을 자랑한다. 반면 잔지바르 섬은 프레디 머큐리의 고장이자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과 옥빛 바다를 품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종교와 언어, 정치 형태도 뚜렷하게 구분된다. 잔지바르 섬은 본토와 달리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이다.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있고 대통령도 별도로 선출한다. 심지어 입도하려면 따로 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 커다란 간극만큼이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탄자니아를 아프리카 여행의 시발점이자 새로운 도전의 길목으로 삼는다. 특히 인도양의 진주 잔지바르는 다이빙을 하기에 제격이다.
킬리만자로를 떠난 비행기가 잔지바르 상공을 배회하자 절로 입이 벌어진다. 이게 말이 돼?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모래 위에 에메랄드빛 물결이 넘실댄다. 깊이에 따라 빛깔은 더 짙어지기도 색채를 바꾸어 푸른빛을 띠기도 한다. 어느 누가 아프리카에서 비현실적인 색감의 신비로운 바다를 떠올리겠는가. 하늘에서 내려보는 정경이 이 정도인데 저 파도에 발을 담근다면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물속에서도 저런 색깔일까? 가슴이 팡팡 터질 듯 뛴다. 얼른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싶다. 어쩌면 잔지바르가 나의 첫 바다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