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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5. 2022

카피에서 글쓰기 기술 찾기

<카피 쓰는 법> 이유미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과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은 성격이 다르다. 오디오 에세이는 한 번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은 간결하게, 표현은 직관적으로 써야 한다.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 같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 중에도 비슷한 특성을 띄는 장르가 있다. 제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쓴 짧은 한 두 줄의 글귀, 카피이다. 카피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상품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쉽고 경쾌한 카피의 장점을 녹이면 술술 넘어가 읽는 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카피 쓰는 법’을 읽으며 글쓰기 습관을 돌아본다.


사진과 메모는 기록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환기한다.


메모하기

텍스트로 느낌이나 정서 그리고 감각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 잦으니, 평소 느낀 바를 그냥 흘러가게 두지 말고 적어 놔야 해요. 상황 자체를 메모하기보다 그 상황 속에서 느낀 감각, 감정을 적는 게 중요해요.

 평소 글감을 정한 후 알맞은 자료를 수집한다. 가령 여행 에세이를 쓸 때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꼼꼼하게 살핀다. 장면을 묘사할 때 기록은 풍경과 분위기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SNS나 카카오톡에 저장해 둔 메모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감상과 감정을 환기한다.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일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온도와 무게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단상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메모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한다.


종이사전 찾아보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답만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지만 종이사전을 뒤적이면 내가 찾지 않던 단어까지 접하게 되니까요. 찾던 단어가 아닌데도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고, 알던 단어의 또 다른 의미까지 얻게 됩니다.

 국어든 영어든 사전은 쓰임새가 많다. 평소 인터넷 국어사전을 사용하는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종이사전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 비슷한 말과 반대말을 살핀다. 단어의 중복을 피할 수 있고 더 나은 표현을 찾을 수도 있다. 문장을 매끄럽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에는 예문을 활용하여 상황에 알맞은 끝맺음 방식을 참고한다.


인터넷 사전에서 '기분'을 검색한 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


소설로 카피 쓰기

현재 저는 사십 대 여성입니다. 육십 대 남성이 타깃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카피를 써야 한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죠.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 육십 대 남성이 있을 경우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저는 읽은 책 혹은 알고 있는 책 가운데 육십 대 남성이 등장하는 소설을 생각해낼 거예요.

 소설 속 표현을 그대로 베끼면 안 된다. 현실 상황과 이야기 배경을 연결하여 뉘앙스를 문구에 담아야 한다. 등장인물의 말투와 습관을 활용하거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의 대본,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등 자신이 좋아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소재도 괜찮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장과 표현을 잊지 말고 기록해 두자.


선명하게, 구체적으로 쓰기

처음엔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해서 들었는데 플레이리스트의 제목들이 제법 구체적이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듣는 기타 연주곡”, ”초저녁 동네 산책할 때 듣기 좋은 가사 없는 음악”, ”여름이 끝나가는 게 아쉬울 때 듣는 연주곡”, ”월요병을 치유해 줄 내적 댄스 음악”,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들어와서 일 시작하기 전에 듣는 음악”처럼 말이죠.

 ‘넓고 얕게’보다 ‘좁고 깊게’가 트렌드를 이끄는 시대다. 그만큼 대중의 취향이 세분화되어 있고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뗘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글의 선호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리뭉실한 주제와 전개로는 독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디테일을 잡아내는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 와닿는 표현이 있는지에 따라 공감의 폭이 달라진다.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 essential;


 쉽게 읽히고 공감을 부르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각은 예민하게 정서는 말랑말랑하게 유지해야 한다. 소소한 일상과 기분의 변화에 섬세하게 주목하고, 인상적인 문구를 놓치지 않도록 기록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선명하고 구체적인 글쓰기는 활자가 범람하는 오늘날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 강력한 기술이다.



대문 사진 Cut&Fold, Erik Johan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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