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홍용남 Sep 09. 2016

워시오, 홈조이는 정말 본질을 잊어서 망했을까?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SCALE-UP 단계에서의 어려움



해외 스타트업 뉴스를 들여다보면 100억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워시오와 홈조이가 망한 것이 매우 큰 이슈였다.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올해 초부터 워시오나 홈조이가 100억 이상의 자금을 들고도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에 해석한 기사, 전문가의 글 들이 많이 나왔다. 그들이 말하는 워시오와 홈조이의 실패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근로자의 업무환경이나 보수와 관련된 이슈를 주요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나 본질을 잊었다는 것(근데, 본질이 뭔디? 유행어인 듯.)은 그들이 이미 무너지고나서야 분석자들에 의해 가시적으로 드러난 이슈일 뿐이지 실제 이유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온 디맨드'라는 말 그대로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움직이는 비즈니스기 때문에 초기에 창업팀이 발품을 팔아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작은 돈이라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만큼 으쌰 으쌰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고객의 생활과 밀접한 비즈니스기 때문에 재미도, 인지도도 초반에 빠르게 쌓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남의 비즈니스를 쉽게 평가할 부분은 아니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초기에 발품을 팔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창업팀이 있고 초기에 약간의 자금만 있으면 뛰어들어볼 만한 비즈니스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대학교에 가서 창업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90% 이상이 온 디맨드나 O2O 비즈니스다. (내가 창업할 때는 SNS와 데이팅 앱이 유행이었다)


어쨌든, 초기에 창업을 하여 발품을 팔고 열심히 일하며 성장세를 키워가다 보면 대규모 투자를 받게 될 수도 있지만 투자 이후 Scale-up 하는 단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큰 비즈니스가 온 디맨드 서비스라고 본다. 우선적인 이유로 이런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시장 검증이 끝나면 경쟁자들이 몰리게 돼있다. 기존 Vendor들은 독점 계약하지 않은 이상 후발주자로 뛰어든 경쟁사와도 관계를 맺게 되어 있는데, 이때, 기존 선두주자 플랫폼이 가진 가치가 크게 상실된다. 야놀자에서 모텔 예약하던 사람이 여기어때 쓴다고 해서 내가 찾는 모텔이 없지 않다. 다 있다. 가격도 비슷하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을 쓰든 가격이 비슷하거나 플랫폼마다 가격이 상이하여 두 가지 플랫폼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워시오가 망한 이유로 국내 세탁 관련 비즈니스 하는 분이 '워시오가 세탁의 본질인 깨끗하게 옷을 빨아 고객에게 배달한다는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워시오는 바보도 아니고 그들도 파이팅 넘치는 창업팀으로 시작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세계 최고의 인재들로 회사를 이끌어간 나름대로 위대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본질의 개념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본질이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본질이 무슨 진리도 아니고, 사업자가 경험하고 학습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철학의 부분인 것 같은데 너무 유행어처럼 쓰는 것 같다. 


아마 워시오가 생각한 자신의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Scale-up 하여 경쟁우위를 구축하고 후발주자가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 정도 투자를 받은 사람들이 '고객에게 세탁물을 배송해주는 게 우리의 본질이다!'라고 하는 것은 매우 낭만적이며 1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창업자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투자를 받았으면 이미 회사는 투자자에게 절반은 넘어가 있는 상태며 '나', '우리'의 회사가 아닌 더 거시적인 사업적 책임감과 전략적 신중함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워시오 자신들도 발품을 팔 때는 몰랐던 사실(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는 경쟁우위 구축이나, 단순 세탁물 배달 이후의 사업 확장 및 전략 수립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무리하게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려는 시도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이 정도 투자를 받을 정도로 끝없이 성장할 비즈니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워시오가 근로자들을 매우 합당하게 대우해줬어도, 홈 조이가 법률 이슈를 잘 해결했어도 잘 안됐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비즈니스는 '우리 본질은 X다' 이런 식으로 거창하게 말해도 결국은 주인공은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자가 아니라 세탁소 사장님처럼 실제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기존 업자들이고 모바일 기반 플랫폼은 배달 비즈니스로 점차 바뀌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배달해주는 비즈니스가 5-6개씩 있을 필요는 당연히 없는 것 같다. 가령, 배달의 민족이 음식 배달 잘하고 있는데 여러 음식 배달 앱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 배달의 민족이 하는 일에는 크게 빈틈이 없어 보이는데, 그저 시장 나눠먹기를 위해 침투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게다가, 배달의 민족은 지금은 푸드테크를 말하고 있지만 그들이 아주 만약에 배달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시계획 수준의 정밀한 배달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된다면 배달 관련 비즈니스 전체로 확장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쿠팡이 로켓 배송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탁물을 배송해주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까? 


대기업의 시장 장악을 논하기 전에, 어쩌면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우리 같은 소규모 게릴라들이 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배달의 민족이 배달 관련 O2O 서비스로 완전히 확장하려 한다면 이것은 스타트업 죽이기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배달 비즈니스는 배달의 민족이 제일 잘할 것 같다. 


최초에 빈 손으로 일으키고 수익을 내기 쉬운 비즈니스는 그만큼 모방이나 후발주자가 따라해보기 쉬운 것은 물론, 아주 어렵고 복잡한 사업적 경쟁우위를 갖기 어렵다고 본다. 세탁물 배달이나 숙박업소 예약 비즈니스를 예로 들면, 처음으로 이런 비즈니스를 구축한 회사들은 세탁소, 모텔 사장님들을 뚫을 때 많은 고생을 했겠지만, 후발주자들은 사장님들을 비교적 쉽게 설득했을 것이다드롭박스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BOX보다 매우 빠르게 성장했지만, 클라우드 스토리지 전쟁이 시작되자 경쟁우위를 상실하고 지금도 IPO를 못하고 있다. 린하게 시작해서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사업 확장이 되고 Scale-up 하며 IPO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 같다. 아주 처음부터 Scale-up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한 경쟁우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구축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버티며 끌어오면서 노하우를 구축하고 차근차근 고객을 확보하여 경쟁우위가 '노하우와 시간'으로 굳어질 수 있다면 그 비즈니스는 모방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온 디맨드 비즈니스는 극 초기 스타트업들이 시간과 발품을 들여 기존 시장을 재조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독점계약은 당연히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전통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장님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후발업체가 선두주자가 조립해놓은 시장에 진입하여 시장을 나눠먹기 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온디맨드 서비스들을 보면 처음에 시장 크고 다이내믹한 강남지역에서 시작해서 지역을 확장해나가면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제일 많은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경쟁자가 뛰어들면 시장이 과도하게 쪼개지게 되어있기 때문에 강남에서 이 정도니까 전국단위로 하면 시장규모가 얼마다라는 가설은 성립되기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큰 투자가 유치되면 더 문제다. 경쟁자를 막기 위해 마케팅비만 과도하게 태우게 돼있다. 이 말은 고객에게 가고, 사업 확장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페이스북, 네이버, 광고사, 엔터테인먼트사에 뿌려지게 되어있다는 것인데 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더욱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물론 내가 답은 아니기에 한 번 지켜봐 보고 싶다. 내가 페이스북에도 여러 번 썼지만, 이 바닥이 이상한 서비스나 플랫폼 만드는 이상한 사람들이 넘치는 무대였으면 좋겠다. 왜 자꾸 똑같고 비슷한 서비스 계속 만드는지 모르겠다. 지금 국소적으로 아주 작게 시작한 온디맨드 서비스 중에 IPO 되는 회사가 몇 개 나올지 궁금하다.


한 8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겠지.

작가의 이전글 사용자 경험(UX)은 기획자, 디자이너가 이끌지 않는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