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스트리트를 보고 라라랜드 ost를 듣다.

꿈과 현실과 음악이 담긴 영화 이야기

by 도르유

# 스포일링이 일부 포함되어있습니다.



거침없다.


한 문장으로 영화 '싱스트리트'를 소개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평소 음악 영화를 즐겨 본다.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이 좋고, 인물들의 감정이 녹아든 음악이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최근에 본 '라라랜드'는 감히 내 인생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두 번을 본 영화, 동시에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을 가게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칼라풀한 색감, 빠져들게 만드는 음악, 영화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


'싱스트리트'를 한마디로 '거침없다'라고 표현한다면, '라라랜드'는 한마디로 '내가 왜 저기에 있지?'라고 표현하고 싶다.



<라라랜드>


꿈을 갖고 있는 남녀 주인공이 있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만났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했던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은 자신이 추구하는 재즈 스타일을 뒤로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는 재즈밴드에 들어간다. 초반에 갈등하던 것도 잠시, 꿈이 아닌 현실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세바스찬의 응원을 받으며 1인 연극을 준비하던 여자 주인공 미아. 그녀에게 너무나 낯선 그의 모습은 결국 둘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초록 불빛의 집이 배경이 된 갈등 장면은 나를 울리기 충분했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은 현실에 타협하는 선택을 한 남자와 그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여자. 과연 쉽게 내린 결정이었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내린 결정일까. 꿈을 포기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여 더 깊게 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공감이 되면서 안타까웠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든 현실 때문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모든 이의 꿈을 이루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기에.


현실적인 스토리가 현실적인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지려나 했지만, 영화는 영화였다. 우연찮게 미아의 1인 연극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고 그 기회는 유명 영화배우의 길로 이끈다. 세바스찬은 전국 공연을 하며 돈을 많이 모았는지 자신의 재즈클럽을 열게 된다. 둘 사이가 이어지지 않은 것이 영화 속 현실적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꿈을 접어둔 채 안정을 찾기 위한 길을 걸어간 남자의 모습에 공감했고, 그 흔한 신데렐라 콤플렉스 없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나가는 여자의 모습이 멋졌다. 길의 방향은 달랐지만 각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간 결과 자신이 꿈꾸던 모습을 이룰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 꿈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라라랜드의 결말을 그저 영화 속 해피엔딩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싱스트리트>


라라랜드와는 너무나 다르다. 배경이 80년대 아일랜드라는 점부터 낯설다. 그 무엇보다 전개과정이 내 예상을 계속해서 뒤엎었다. 갈등이라면 화목한 가정과 거리가 먼 가족과 질 안 좋은 학교 구성원과의 갈등 정도?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락 밴드는 시작부터 모든 게 술술 풀렸다. 모든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를 시작으로 밴드를 결성했고 주인공의 형의 조언과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곡을 써 내려간다. 어설프지만 처음 치고는 괜찮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그 이후로도 '거침없이' 음악 활동을 이어나간다.


그 흔한 밴드 구성원들 간의 갈등도 없다.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동급생에게 더욱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에는 공연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달라고 하며 갈등을 해결한다. 가정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형은 동생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보낸다. 주인공은 어느 순간부터 곡을 술술 써 내려가며 기타를 연주하고 있고 스타일도 점점 좋아진다.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나서는 여자 주인공과 함께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떠난다. 돈도 없고 계획도 없지만 그건 상관없다. 이 마저도 형의 적극적인 도움을 통해 가능해진다. 작은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비바람이 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어떻게 모든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 있는 거지?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 꿈을 향해 나아가라.' (여기에 '거침없이'를 덧붙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메시지를 마지막에 던져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했을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을 용기.


하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과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꿈만을 추구하며 밝은 미래를 가리키는 메시지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마음의 울렁임도 주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거침없는' 인물들의 모습을 닮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싱스트리트' 영화 속 노래는 좋았다.

하지만 싱스트리트를 보고 난 후 내가 선택한 음악은 또다시 '라라랜드' os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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