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고가 있었는데, 흐리기만 하고 후덥지근하긴 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살랑살랑 바람도 불고 다행이었습니다.
무슨 부작용이 그리 많은 건지 그 많은 것 중 구내염이 괴롭다던데 그래도 무던히 넘어가나.. 생각은 했지만 각오는 했죠. 그러나 제가 하면 무얼 하나요. 환자가 아픈 것을. 어떻게 해 줄 수도 없고. 삼시세끼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무척 고통스러운가 봅니다. 침이 고이고 말하기에도 어눌한.
표적치료제를 워낙 고강도로 쓰다 보니 혈소판수혈을 해도 자꾸만 떨어지네요. 그래도 다시 혈소판 수혈하고 약은 강행하기로 상담하였습니다. (1차는 실패했기에)
기다리면서 앉아있으면 이런 분, 저런 분 참 여러 환자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 중 자녀분들과 오시는 분도 많지만 부부끼리 오시는 분도 꽤 많습니다. 대부분이 세 종류로 나뉘시지요.
첫 번째. 두 손을 꼭 붙잡고 말도 서로 상냥하게 하시는 분들. 두 번째. 남보다 못 한 다른 시선, 다른 발걸음으로 우왕좌왕하시는 분들. 세 번째. 잔시부름은 하돼, 영혼이 없는 분들.
혈액암은 금방 수술하고 낫는 병도 아니고 합병증도 많아서 늘 노심초사하게 되지요. 이 긴 레이스에서 지금 저흰 두 손을 잡고 다닙니다. 아픈이나 그 반신이나 영혼 없이 오가는 말도, 남보다 못 한 묵뚝뚝하고 툭툭 내뱉는 그런.. 둘이 있어도 혼자보다 못한 외로운 부부는 아니길 바랍니다. 병원에 오면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상황이 나아지면 커다란 스탠더드 푸들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남편보다 저의 (제 이기심일지 모르지만) 10여 년의 이렇든 저렇든 지치고 다친 마음을 서로 의지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저도 cml환자한테는 안 되는 것이기에 솔직히 아쉽지만 지금은 그건 문제에도 속하지 않는 종류입니다.
오늘도 간절히 기도드리고 왔습니다. 하느님께서 뜻하신 길이 있으시겠지요.
1. 사진 : 8년도 더 된 신혼집 계약 후 떠났던 나뜨랑 여행에서.
2. 어제 sns에서 5년 전 오늘 이라면서 뜨길래 낯설었습니다. 저의 허리가 어디 간 건지..찾긴 빨리 찾아야 할털데... 아주 낯설군요. 아주 많이.